지역의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지난달 설날을 앞두고 100여명의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돌렸다. 선물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30대, 40대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액수는 100만원도 채 안되지만, 그림 만큼 기분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유명한 컬렉터인 그는 직원들의 집들이나 큰 행사가 있을때 마다 직원들에게 그림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 몇년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대개 몇점씩의 그림을 받았다고 한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자신이 수집한 그림을 회사에 걸어놓길 좋아한다. 사무실 복도 식당 등 회사 곳곳에는 괜찮은 그림이 항상 걸려 있다. 그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아…"라고 말한다.
또다른 사례. 2년전 지역의 한 화랑대표는 삼성의 한 계열사로부터 이색적인 제의를 받았다. 회사 창립일을 맞아 미술품을 전시해주고 미술품 감상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미술품 전시와 강연을 위해 회사를 찾았다가 이번 행사가 이루어진 배경을 알고나서 다시한번 놀랐다. 직원들이 앞장서 체육대회 같은 행사보다는, "평생 그림 볼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미술전시회 등의 문화행사를 열어 줄 것을 회사측에 요청했다는 것.
그가 작품을 앞에 두고 화가가 왜 이런 비구상 그림을 그렸는지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자, '그들은 무릎을 탁 치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만큼 수십년간 그림을 모아온 보람을 느껴본 적이 일찍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삼성그룹은 미술에 관한 마인드가 남다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제일 큰 호암미술관을 갖고 있는데다 임직원들의 생일에 그림을 선물로 주는 계열사도 적지 않다. 임원이 되기 위해선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추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요건이라고 한다.
지역의 유력기업 대표 몇몇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컬렉터들이고, 지역의 양대 백화점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쪽은 갤러리 운영에 소극적이고, 다른 한쪽은 매우 적극적이다. 오너의 미술품에 대한 시각이 갤러리 운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몇년전만 해도 기업체 대표나 법인이 그림을 많이 사들이는 것을 사시적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많았다. 직원 입장에선 "그 돈으로 월급이나 더 줄 것이지, 웬 그림…"이라고 할 법 하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서울의 일부 기업에서는 그림을 활용, 직원들의 창의력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림 만큼 새로운 발상과 독창적 사고가 녹아들어 있는 예술품이 없는 만큼,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신제품 개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미술품을 집안이나 창고에 넣어놓고 혼자 감상하기 보다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할 때가 아니겠는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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