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이란 요소를 잇는 직선이다. 축에 의해 공간이나 물건들이 꿰어질 수 있으며, 좌우가 균형을 취하기도 한다. 동물은 대부분 몸통 중심축에 따라 좌우대칭이다.
잘 뚫린 대로처럼 방향성과 이동성이 함께 작용하는 축도 있고, 단순히 두 점을 시각적으로만 잇는 축도 있다. 이런 축은 매우 강한 질서를 주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정원이 긴 축에 따라 좌우대칭이 될수록 보다 권위적이 된다.
특히 기념비적인 요소나 제왕적 상징물이 축의 정점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같은 축에 있는 것은 한 통속이 될 수밖에 없다.
부시 미대통령이 이런 성질을 지닌 축에 몇 나라를 꿰어 악의 축이라 했으니, 그 표현은 실로 강하다. 악에 대한 인식은 본래 동서양이 다르다. 기독교문화권에서 한번 악은 영원한 악이다.
서양 영화를 봐도 드라큐라나 마귀할멈과 같은 악이 개과천선하는 일은 잘 없다. 이러니 선이 악과 함께 할 수는 더욱 없는 일. 칼로 베듯 구분하여 이쪽은 성스러운 선이고 저쪽은 속된 악이다. 결국 선을 지키기 위해 악을 무찌르고 없애야 하니, 그 배경에는 은근히 서구문명의 우월주의가 작용한다.
선과 악을 엄연히 다르게 보는 이원론이다.이에 비하여 동양, 특히 불교문화권에서는 선과 악이 따로 없다. 악도 노력하면 선이 될 수 있는 것. 탐관오리도 회개하면 얼마든지 착한 일을 한다. 안팎이 다르지 않고, 보기에 따라서 음지가 양지도 된다.
그러니 포용적이며, 관용하는 덕치주의이다. 때로는 선의 타락을 풍자하고 경계한다. 자연주의가 깔려있어 순환적이고 상대적이다.
이렇게 상이한 두 문화권의 관점이 축으로 만난 꼴이다. 아마 부시는 두 축을 가지고 있는데, 악의 축은 기사의 창으로 찔러야 할 용서하지 못할 무리와 같고, 선의 축은 성의 탑에 세워진 승리의 깃발군처럼 보인다.
허나 우리 정서로 보면,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선과 악은 같은 축에 이어져 있다. 하나로 된 선―악의 축인 셈이다. 한 배를 탄 것과 같으니 아무쪼록 흑백논리로만 싸우지 말고, 더불어 되기를 바랄 뿐.
김영대(영남대 교수.환경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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