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전학 줄서기

입력 2002-03-12 15:19:00

2002년의 새학년 새학기는 자녀를 보다 좋은 학교로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전학 노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흘 밤의 자릿세가 300여만원을 웃돌고, 4천여명이 넘는 학부모들의 '전학 줄서기'를 보노라면, 이건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의 '교육열'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교육전쟁'이라 하겠다.

이러한 줄서기 '전쟁' 뒤에는 '명문대 진학'이 최종적으로 귀결된다. 학벌이 인간의 신분을 좌우하는 한국사회에서 학부모들은 기를 쓰고 자녀의 '명문대생 만들기'에 나선다. 이로 인해 공교육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사교육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엘리트 과외가 생겨 명문대 진학 광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지난 겨울방학 때 학습 일과표를 보면 글짓기, 컴퓨터, 피아노, 학습지, 바이올린, 영어어학원, 수학그룹과외, 줄넘기·멀리뛰기 과외 등으로 짜여져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오전에는 초등학생,오후에는 중학생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가볍게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은 학생 1인당 유치원이 월 24만원, 초등학교 28만원, 중학교 17만원, 고등학교 20만원으로 GDP의 약 3.0%를 차지하며,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평균적으로 사교육비만 약 1억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와 지식 습득 위주의 학벌주의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절망한다. 공교육을 팽개치는 이 같은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교사는 교육에서 소외되고, 피라미드 판매회원으로 전락한다.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이 급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교육이 시급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줄서기로 학교를 배정하는 것은 우리 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적나라한 현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현재의 사교육 광풍은 결국 문제 푸는 기술에만 능한 '시험기계'를 양산할 뿐이다. '천재가 입학하여 둔재만 양산하는 우리나라 명문대의 현실'이 박제화 된 교육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육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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