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경기장 시설은 시민들의 '건강만들기' 거점일 뿐 만 아니라 복합 스포츠.레저공간으로서 사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D-80. 이제 80일 후 5월 31일부터는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을 준비해 온 10개 도 시들이 6여년간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대회를 전세계인에게 선보이게 된다.
축구 장 건립에서부터 경기운영, 교통.숙박 등 손님맞이 준비, 그리고 친절.청결성 같 은 시민의식까지 평가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한달 뒤, 대회기간 내내 지구촌 을 '축구의 혹성'으로 달구던 경기장의 함성과 열기를 뒤로 하고 '인류 최대의 스 포츠 제전'은 막을 내린다.
월드컵이 끝나면 경기장을 활용하는 문제가 가장 큰 현안. 미국은 풋볼 경기장을 개조해 대회를 치렀고, 프랑스는 FIFA 규정(4만석 이상)에 따라 대부분 경기장 규 모를 늘리는 보수공사로 대회를 마쳤다. 프랑스는 축구가 워낙 인기가 있는 상품 이라, 대회 이후 경기장 활용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10곳씩이나 새로 지은 한국과 일본의 사정은 이와 판이하다. 일본에서도 한때 경기장 문제로 논란이 벌어졌다. 한일 공동개최이기 때문에 6개 면 되는데, 10개나 지어 놓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월드컵 한번 치르는 데 과잉 투 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경기장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자 삶을 재충전하는 여가, 레저 시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면 다소의 적자는 감수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 대부분의 주민들도 여기에 동 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최초의 공기부양식 축구.야구 겸용 구장으로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삿포로 돔 건설비용은 4천500억원. 1천억원 정도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되나 이는 단지 융자형식이며 절반 이상의 예산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해결했다 하니 거의 빚으로 건설한 셈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지난 번 시장선거에 서 삿포로 돔 건설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재정적인 부담은 세계적인 명물 구장을 가졌다는 자부심으로 만회가 된 것이다.
일본은 처음부터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종합경기장이나 겸용구장으로 건설 한 곳이 많다. 축구전용구장은 우리나라가 7개나 되는 데 비해 이바라키(茨城) 사 아타마(埼玉) 고베(神戶) 3곳 뿐. 또 공연이나 콘서트 등을 열 수 있게 설계 때부 터 경기장 변환이 쉽도록 했다.
이런 점을 활용, 수익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홈구장으로 사용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제대회나 각종 콘서트.공연 유치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 다.
대형전광판을 이용,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경기장 트랙을 일반인에게 유료 개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는 흑자 운영이 불가능해 지자체들을 고 민스럽게 한다.
일본 월드컵조직위(JAWOC) 오사카 지부 아키라 야마자키(山崎晃)지부장 대리는"갖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적자는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하지만 지자체에서 이런 일을 맡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며 당당하게 말했다.
일본의 경기장은 시민 편에서 설계됐고 운영된다. 삿포로 돔은 경기가 없는 날, 시민들을 대상으로 돔의 이면을 보여 주는 돔 투어( dome tour)를 연다. 선수 탈의실, 감독실 등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곳을 전속가 이드가 안내해 준다.
선물용품 가게, 레스토랑, 카페도 연중 문을 열어 시민들의 발길을 모은다. 고베 경기장은 온수 풀장과 체육 클럽, 파노라마 레스토랑 등을 완비, 누구든지 스포츠를 즐기면서 교류를 증진하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요코하마(橫濱)에서는 의사와 물리치료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스포츠 의과학센터를 운영한다. 운동중 외상이나 근육통 등에 즉각적인 처치를 할 수 있어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다 온천수를 사용하는 22종의 풀장 을 갖췄고 경기장 주변에는 21만평 규모의 공원도 조성했다.
시즈오카(靜岡) 축구장 옆에는 수영장과 헬스장이 마련돼 있고 사이타마(埼玉) 스 타디움내에는 축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축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경기장에는 스포츠를 즐기려는 시민들과 경기장을 구경하기 위한 관 광객들이 늘 줄을 잇는다.
JAWOC 시즈오카 지부 스기모도 카츠미(杉本克巳) 지부장대리는 "시민의 세금으로 경기장을 건설했기 때문에 시민들을 위한 수영장과 헬스장 등의 시설도 만들었다" 며 "경기장 건설의 바탕은 바로 시민편의"라고 말했다.
일본 개최도시의 이러한 자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도 월드컵 경기장이 대회 이후'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시 재정에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예외는 아니다. 프로축구단 창단을 비롯, 다양한 활용방안 이 논의되고 구상중이다.
그러나 흑자운영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경기장시설이 시 민생활 속에 뿌리내려 사랑받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 기장은 바로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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