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은 교육의 세 가지 강령으로 '밝은 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며(親民), 지극한 선에 머물음(止於至善)'을 제시하고 있다.
그 실천 방법으로도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내세웠다. 학문은 기초적인 데서 출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대학들은 그 참 모습을 잃은 채 응용학문이 주류를 이루고, 기초학문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돈이 되는 학문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정부도 'BK21'이니, '신지식인'이니 하면서 캠퍼스에 돈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기초학문은 완전히'찬밥' 신세가 돼 가고 있다. 사회 현실 탓이기도 하지만 대학 교육의 수요자들도 대학의 위상을 단순한 직업학교 정도로 인식하는 추세다. 이제대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이나 적성보다는 직업을 얻는 데 얼마나 유리한가를 따지는 판이다.
▲기초학문 외면과 대학의 취업고시 학원화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새 학기 수강 신청이 취업과 관련된 강좌에 집중되는 반면 기초학문이나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강좌는 수강생 부족으로 무더기로 폐강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국어.수학 등 교양필수 과목까지 외면하고, 취업 때 학점이 고려되기 때문에 어려운 강좌나 실험실습 등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강좌들도 기피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모양이다.
▲대구 지역 대학들의 폐강된 강좌만도 영남대는 71개, 대구가톨릭대는 60개에 이르는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인기 강좌를 폐강한 형편이다. 그런가 하면 영남대의 '진로 선택과 취업 준비' 강좌의 경우 600명이나 몰렸다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의 대학들이 마찬가지다. 원광대는 교양과목인 인터넷 강좌에 500명이 몰렸으나 물리.화학.수학 관련 강좌엔 고작 7, 8명만 신청했고, 전북대도 기초학문 중심으로 171개 강좌를 폐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나라의 학문적 우월성과 발전 가능성은 순수 기초학문의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사상누각(砂上樓閣)의 국가'라는혹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기반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21세기엔 기초학문의 기반 없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몇 년간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취업고시 학원화하는 대학들이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경쟁논리에만 휩쓸릴 게 아니라 학문의 목표인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본분과 사명을 회복할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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