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복지시설에 복지사가 없다

입력 2002-03-09 15:52:00

대학 졸업후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서 장애인을 돕기 시작한 지 4년째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고 자부심도 줄어든다.

지금 사회복지사는 5만3천여명이 배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근무 조건이 좋고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 몰리는 반면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한 수많은 비인가 민간시설은 복지사들이 기피하는 처지라 사회복지사 수급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래 2, 3명의 장애인에 1명의 사회복지사를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낮은 봉급과 힘든 근무여건 때문에 희망자가 없고 그나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몇 개월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국화빵 찍어내듯 일정 학점만 이수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을 주는 실정이니 현장 경험도 없고 체계적인 충분한 실습기회도 갖지 못한 채 부실 복지사가 마구 양성되고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사의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기존 복지사에 대한 적절한 배치계획과 근무환경 개선을 먼저 꾀해주고 특히 비인가 민간시설에도 복지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곳의 장애인들과 불우이웃들이 따뜻한 복지사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이다.

윤춘자(대구시 중리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