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규슈의 봄(하)-오바마.운젠.시마바라

입력 2002-03-08 15:18:00

바닷속 물고기도 온천을 즐긴다(?)는 규슈 나가사키의 동쪽 시마바라반도. 오바마초, 운젠국립공원, 시마바라시가 약 2시간 간격으로 이어진다. 조그만 반도 전체가 온천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마바라는 탄산천과 일출, 오바마는 해수천과 일몰, 운젠지구는 유황천이 규슈내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나가사키에서 출발한 버스는 천천히 내달린다. 차창 밖으로는 평화로운 시골풍경, 해변, 들녘도 보인다. 구름에 가려 제 얼굴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 운젠의 봉우리들은 거칠지만 외경스럽다. 나가사키가 우리나라 부산의 일부분을 옮겨 놓은 듯 하다면 이곳 시마바라 반도는 남해안 절경이 연상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감동은 사뭇 달라진다.바다를 끼고 아담한 규모의 호텔.여관 30채가 늘어서 있는 오바마(小浜) 관광객들은 해가 바다에 잠길 무렵 노천 해수탕에 몸을 담근다. 근사한 저녁 노을이 주는 감동, 몸도 마음도 날아갈듯 가뿐해진다. 입욕요금은 300엔 정도다.

수중보가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바닷물. 그 속에서도 온천원수가 뿜어져 나온다. 오바마 일대에서만 1일 25만t. 원천수는 100℃의 펄펄 끓는 물이다. 오바마 온천자료관을 둘러보면 지금부터 약 400년전 에도시대부터 무사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한 기록이 보인다.

자료관 건물도 성주의 온천욕장을 지키기 위해 성에서 파견한 관리가 묵던 숙소였다.헤이세이신산(平成新山.1486m)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 운젠(雲仙.1934년 지정)으로 가다보면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난다. 이곳의 원래 최고봉은 후겐다케(普賢岳.1360m). 그러나 후겐다케는 지난 90년화산폭발로 바로 옆 봉우리(헤이세이신산)에 최고봉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헤이세이신산은 지금도 출입통제. 용암이 흘러내린 암석에 하얗게 질린 나무들, 대조적으로 검은 화산흙은 폭발당시의 몸서리쳐지는 전율이 지금도 그대로 느껴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후겐다케 정상에 오르면 조금전까지 따스하기만 하던 봄바람은 간 곳 없고 찬바람이 이내 몸을 휘감는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운젠 온천가의 중심에는 운젠 지옥이 있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사이에서 수증기가 소리를 내며 피어 오른다.유황 특유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에도시대에는 가톨릭 순교의 무대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순례길 난간이나온천수 파이프, 호텔 등은 유황성분 때문에 쇠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목재로 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지열, 맨발로 걸어도 괜찮다.이끼가 낀 고성의 돌담을 거닐 수 있는 시마바라(島原)는 옛 일본의 정취를 찾아 나서는 길.여유만만이다. 성곽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시마바라의 역사는 1618년 시마바라성 축성으로부터 시작됐다. 화단 한켠 벚나무는 벌써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성곽 주변도 온통 벚나무다. 저 꽃이 활짝 필 무렵이면 인구 6만의 작은 어촌은 한바탕 법석에 휩싸일 것임은 분명하다.

시마바라성 바로 옆에는 성주의 부름을 받기위해 대기하던 무사들의 집들이 보존돼 있다. 계급에 따라 집의 크기와 성에서의 거리가 달라진다. 돌담과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 맑디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를 따라 걷다보면 무사가족의 숨은애환도 알고싶어진다.

한국으로 떠나는 날 아침, 호텔 2층 식당 입구. 초로의 어수룩한 노인이 이날 있을 각종 행사의 명패를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일하는 직원인줄 알았다. 몇마디 끝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던 그 노인은 알고보니 이 호텔의 회장이었다. 일행을 배웅나온 그는 버스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침 시마바라는 아침안개가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먹거리

나가사키.시마바라 일대 음식은 중국,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영향에다 풍부한 해물재료가 더해져 일본내 다른 지역에서 맛볼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나가사키 짬뽕=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짬뽕은 감칠맛과 향이 특징. 한국의 시뻘건 짬뽕과는 달리 맵지 않다. 낚지,어묵 등 해산물을 넣고 말갛게 끓여서 내놓는다. 중국 요리사들이 약 100년 전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유학생들에게 싸고 양많은요리를 제공한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한다.

▷싯포쿠요리=쇄국시대 당나라에서 전해진 접객요리. 전통맛에다 서양맛을 더한 대표적인 연회상 차림이다.

▷카스테라=16세기 포르투갈 사람이 나가사키에 가지고 온 달고 말랑말랑한 빵이 지금의 카스테라다. 입안에서 설탕이 살살 씹히는 맛이 특이하다.이밖에 싱싱한 생선을 데쳐 먹는 도미 샤브샤브, 청정해역에서 자란 굴 등 미각여행으로도 손색없는 곳이 나가사키.시마바라다.

글.사진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문의:여행박사 053)421-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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