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수능 난이도 대비

입력 2002-03-08 15:33:00

'올해 수능은 작년보다 더 어려울테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작년에 어려웠으니 올해는 쉽게 나온다'. '작년에 수학이 어려웠으니 올해는 쉽겠지만, 언어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육부나 입시기관 홈페이지, 교육관련 사이트 등에는 올해 수능시험 난이도에 대해 온갖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우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근거 없는 추측. 그래도 조회수는 적지 않다. 예년에 없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난이도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2002학년도 수능시험이 당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예상 난이도보다 더 어렵게 출제되자 '이해찬 1세대'들의 충격은 엄청났다. 많은 수험생이 중도에 시험을 포기했고, 끝까지 치른 수험생들도 "이만큼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볼멘 항변을 터뜨렸다.

여기에 교육부는 총점 석차까지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대학 지원에 전례 없는 혼란을 야기시켰다. 입시기관들이 내놓는 배치기준표가 큰 차이를 보이자 당황한 수험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단 붙고 보자는 마음에 터무니없는 하향안전지원을 하게 됐다. 결국 입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많은 학생들이 재수의 길을 택하게 됐다.

난이도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는 현재 고3생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지금까지 쉬운 문제들을 주로 다루어 왔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문제를 보고 놀란 현재 고3생들은 겨울 방학동안 난이도 높은 문제를 학교와 학원 등에서 다루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아직도 어느 정도까지 깊이 들어가야 할지 막연해 하고 있다.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그 난이도를 꾸준히 분석해 온 입시전문가들은 대체로 난이도는 한해씩 해걸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한해 어려우면 그 다음해는 쉽게 출제된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일부 사람들은 2003학년도의 난이도가 2001학년도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쉽고 어렵고가 반드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예측도 소용이 없다. 난이도에 맞추어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짓이다.

올해의 난이도가 어떨까 신경 쓰기보다는 어떤 난이도에도 대처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출 수능문제 풀이

난이도를 실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직접 그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수능 대비를 어느 정도 깊이까지 해야 할지 궁금한 수험생은 최근 3년 동안의 수능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것이 좋다. 문제풀이는 난이도를 직접 체감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사실 몇 가지도 아울러 깨닫게 해 준다.

첫째, 몇 년간의 수능문제 풀이를 통해 전반적인 영역별 출제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해마다 몇 문항씩 새로운 유형이 출제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문제 유형이 비슷하다.

둘째, 과목별로 중요한 단원은 반복해 출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은 한 해 출제되었다고 그 다음해는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몇번씩 거듭 출제될 수 있다는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출문제 풀이는 출제 경향에 지나치게 민감하면 오히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기출문제를 풀어본 뒤 그해 수험생들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자신의 상대적인 학력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라

평소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는 수험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 어떤 경향에 지나치게 집착한 경우가많다는 것이다. 대체로 학교 수업보다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에 의존하는 학생이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풀이 기법이나 암기력 등은 나아질지 몰라도 학교 수업시간을 소홀히 함으로써 기초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수능 문제 출제의 원전은 교과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난이도란 결국 교과서의 기본 내용을 어느 수준으로 응용하고 비트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어떤 난이도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

그 다음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집으로 실전 훈련을 하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수능이든 내신 성적이든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시험 공부를 할 때 교과서는 무시하고 학원 등에서 주는 보충 인쇄물이나 문제집에 주로 매달린다는 것이다.

▨학습 방법

△상위권=최근 상당수 상위권 수험생들의 특징적인 추세는 주요 과목의 전 범위 진도를 2학년까지 다 마치고 3학년에올라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번 거친 과정을 되풀이 반복함으로써 중요한 내용을 다지고 심화시킨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역기능도만만찮다.

빨리 진도를 나가다보면 특정한 단원이나 분야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배울 때 소홀히 한 부분은 계속해서 소홀히 하기 쉬운 게 공부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따라서 어떤 단원이든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기초가 되는 부분도 안다고 자만하지 않고 항상 처음 접한다는 자세로 대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 모의고사 결과는 잘 나오는데 실제 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는 수험생 대부분이 기초는 무시하고 어려운 문제집만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중하위권=중하위권 수험생 중에 좋아하는 과목은 늘 공부하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계속해서 뒤로 미루는 학생이 많다. 그러다 보면 1학기가 어느새 지나가 버리게 되고 2학기에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초조함 때문에 일부 과목들을 결국 포기하게 된다. 특히 수리탐구Ⅰ,Ⅱ를 포기하기가 쉽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 문제 중 60% 이상이 기본 개념만 알면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이들 과목을 포기하고서는 자신이 바라는 대학에 결코 갈 수 없다. 힘들더라도 수학, 과학의 기초를 1학기 동안에 다져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말을 이용해 학원 등에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1학기 동안 공부를 좀 해보다가 성과가 크게 없다고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중하위권 학생도 열심히 공부하면 8월 이후에 구체적으로 성적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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