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이 과외비 부추겼다

입력 2002-03-08 14:24:00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적성을 살리려고 바꾼 대학 입시 정책이 효과는커녕 오히려 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니 기가 찬다. 정부도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그 근절을 위해 안간힘을 보여 왔다. 그러나 서울 강남 지역의 어떤 학부모는 최근 3~5년 사이 사교육비가 무려 6배나 늘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사교육비가 되레 늘어나는 현상은 입시 과목의 세분화, 심층면접 도입, 수시모집의 확대 등 입시 제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수능 시험의 영역별 성적과 내신성적의 비중이 높아져 과외 과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영역별 성적이 대학의 합격.불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국어.영어.수학에 집중되던 과외가 사회탐구.과학탐구.물리Ⅱ.언어영역으로 확대되고, 내신.논술.면접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과외도 성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들은 수능 시험, 고등학교 내신성적, 면접 및 논술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 성적의 총점이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최고의 권위를 갖는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학원을 찾고, 고액 과외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고교 평준화의 틀이 오래 유지되면서 신통한 보완이 없었기 때문에 하향 평준화가 가속화됐으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나 못 하는 학생 모두가 학교 수업에 불만을 갖게 되고, 상당 부분을 과외에 의존해온 것은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근년들어서는 잇따른 개혁으로 입시 제도는 복잡해졌지만 공교육은 여전히 획일적이어서 과외가 더욱 성행하는 결과를 낳은 꼴이다.

'망국병'으로까지 불리는 '과열 과외'에 대한 대책의 핵심은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의 수요를 최소화하는 길임은 상식이다. 교육부는 지금부터라도 공교육이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과외학원과 학교의 역할이 거꾸로 돼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하며, 이는 당국의 기본 책무임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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