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파일 이곳-대구 동도초등학교 입학식

입력 2002-03-07 14:27:00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가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 학교 종소리는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다. 30여년전 그때의 아련한 느낌으로만 남아있을 뿐….

그러나 세월은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입학하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을성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학교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4일 오전 10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1동 동도초등학교 운동장. 입학식 날이다. '학교'라는 낯선 세계에 첫 발을 내딛은 개구장이들이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비뚤비뚤 줄을 섰다. 남학생 54명, 여학생 56명 등 모두 110명. 한줌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 넓은 운동장이 오히려 쓸쓸해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한 학급만큼이나 입학생 수가 줄었다. 전교 21학급 862명, 정규 교직원 28명이 동도초등학교의 전체 구성원이다. 교직경력 43년째를 맞은 김만한 교장선생님은 "학교 주변에 단독주택이 대부분이고 아파트라고 해봐야 몇 동되지 않아 갈수록 입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입학식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전교생이 입학식에 참석했지만 요즘은 6학년 언니, 오빠들만 귀여운 동생들의 입학식을 축하하기위해 자리를 함께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확성기 소리가 흘러나오자 꼬마신입생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동작을 멈추고고사리 손을 가슴에 얹는다.

그런데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이라는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선생님들과 엄마, 아빠 모두 고개를 숙이지만 아이들은 멀뚱히 앞만 보고 있다. '순국선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낯선 공간으로 들어선 아이들의 표정 또한 가지각색. 호기심과 지루함이 연방 교차한다. 교장선생님의 훈시 시간에도 옆 아이와 조잘조잘 떠드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아이, 뭔가 불안한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곁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 아이, 하품하는 아이, 말쑥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정장차림으로 의젓하게 서 있는 아이 등….

1학년 3반 반별모임.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는 사이 선생님의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내일부터는 몇 시에등교하죠?" "10시요". 한 아이의 입에서 느닷없이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온다. 입학식 중에 교장선생님이 여러차례 9시 10분이라고 등교시간을 강조했지만 새 친구들과 장난치느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엄마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 하지만 아빠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외동인 수영이의 입학으로 초보 학부모가 된 40대초반의 수영이 아빠는 늦게 본 아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그는 "요즘은 유치원에서 미리 한글을 익혀 수영이가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며 "1학년 2반 담임선생님이 옛날 국민학교 동기라 더욱 반갑다"며 학부모가 된 기분을 털어놓았다.

3반의 제일 앞줄에 선 원우. 유난히 키가 작다. 같은 반 아이들의 가슴팍에 겨우 미치는 정도다. 왜소증을 앓은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원우에게 쏠린다.

바로 뒷줄의 상민이는 이름을 알고싶은지 원우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명찰을 살펴보지만 원우의 가슴에는 명찰이 달려 있지 않다. 상민이는 '왜 명찰이 없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반 아이들의 그런 호기심이부담스러운지 원우는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린다.

이윽고 입학식이 끝난 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선생님께 하교 인사를 마치자마자 모두들 약속이나한듯 엄마 품에 뛰어든다. 아직은 학교가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 앞에 선 아이들에게는 첫 걸음이 가볍기만하다.

"원우야, 상민아, 수영아 씩씩하게, 즐겁게, 학교생활 잘하렴…". 엄마손을 꼭잡고 나란히 교문을 나서는 원우의 뒷모습을 보며 새내기들의 밝은 미래를 마음속으로 기대해본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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