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의 빗나간 정치자금 공방

입력 2002-03-07 14:52:00

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고백 파문에 반응하는 여야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명색이 여당의 중진인 사람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면서까지 고백을 했는데도 여야 누구하나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웃기는 얘기쯤으로 몰아붙이고 연일 상호 비방에만 열을 올리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김 고문의 고백이 민주당 경선이 지나치게 돈을 앞세운 조직 경쟁으로흐르는 것을 막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저변에 깔고 있다는 측면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중진이 자신의 불법행위를 스스로 인정한 것은 어쨌든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금권으로 얼룩진 정치판에 울리는 경종이었음도 또한 부인키 어려운 사실인 것이다.

그런만큼 여야 정치인들은 겸허한 자세로 김 고문의 충정을 받아들여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옳았다. 덧붙여 돈정치 탈피를 국민앞에 다짐하는 모습이어야 했었다.

그럼에도 김 고문의 '고백'이후의 여야의 모습은참으로 실망스럽다. 여당인 민주당은 명백하게 근거가 제시된 불법 자금지원 사실을 두고도 이를 규명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본질을 외면한채 엉뚱하게 야당총재의 호화주택을 공격함으로써 예봉을 피하려 한 처사는 이해키 어렵다.

더구나 김 고문에게 자금 지원을 한 권노갑 전 고문이 돈가스와 비빔밥을 팔아 자금지원을 했다니 참 웃기는 얘기다. 좀더 진지한 자세로 정치자금 문제에 접근하기 바란다.

97년 당시의 '세풍'을 겪고 있는 야당 또한 정치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따라서 김 고문의 '고백'에 잇따른 권 전 고문의 자금 지원 사실이 무슨 선거의 호재거리나 되는양 연일 이전투구식 정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자금의 성격상 현시점에 과거 문제를 끄집어내서 왈가왈부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런만큼 여야는 과거의 불법정치자금 관행을 국민앞에 솔직히 털어놓고 자정(自淨) 선언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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