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상품 문화(11)-네덜란드 코이켄호프 축제

입력 2002-03-06 14:17:00

튤립은 네덜란드의 상징이다. 프랑스의 에펠탑.이탈리아의 콜로세움.미국 자유의 여신상 등의 건축물에 뒤지지 않을 만큼 튤립은 한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튤립꽃의 아름다움은 코이켄호프(Keukenhof) 축제가 열리는 봄날 절정을 이룬다. 축제가 무르익는 튤립 시즌이 되면 해마다 150만 이상의 외국 관광객들이 네덜란드를 찾고, 600만 송이에 달하는 튤립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는다.

특히 봄철 암스테르담 남서부 들판에는 눈부신 튤립 꽃밭이 호수처럼 펼쳐져 외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여객기에서 내려다보며 지상 최대의 튤립꽃 향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해마다 3월 하순이 되면 네덜란드는 꽃의 축제로 술렁인다.

알리카플.하아렘.리세.라이덴 등 암스테르담 근교 일대는 온통 튤립으로 가득차 마치 거대한 튤립 카페트를 펼쳐 놓은 듯하다. 튤립의 아름다움은 축제 퍼레이드서 더욱 두드러진다.

축제가 시작되면 암스테르담 서남쪽 알스메르 거리를 출발한 꽃차량이 30km를 행진해 시내로 들어오는데 이때 수많은 꽃들로 장식된 수레 행렬이 장관이다. 퍼레이드의 중앙에는 '꽃의 여왕'으로 선발된 아름다운 네덜란드 아가씨가 행렬 양 옆으로 늘어선 구경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한다.

이때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수놓으며 꽃가루가 뿌려지고 퍼레이드에 참가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춤과 몸짓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아름다운 풍경도 드물다.

각 지방 특유의 고전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광대의 모습으로 변장한 사람들이 꽃에 파묻혀 있고 이를 보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얼굴도 꽃처럼 활짝 피어있다. 진정 꽃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축제이다.

세계 화훼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구근 화훼류인 튤립은 16세기 이전만 해도 유럽에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튤립은 원래 터키에서 유래되어 19세기에 오스트리아 학자인 까로루스 클루시우스가 네덜란드로 가져왔다.

따라서 초창기에는 매우 비싸서 소수의 귀족 출신 전문가들만 서로 교환하며 기르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라이덴 대학의 식물학자인 얀 반 후겔란데가 튤립의 색깔과 모양을 다양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아름다운 교배종들이 곧 멋있는 네덜란드의 꽃이 됐다.

이때부터 새품종을 구하려는 바이어들이 줄을 서자 상인들의 돈주머니가 불어났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격도 최고가로 뛰었다. 튤립 열기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번창한 상업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은 활발한 튤립 매매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1630년에는 한 영리한 상인이 겨울에 미리 튤립을 사서 손에 물량을 직접 보유하기 전에 팔아버리는 것을 착안해 세계 최초의 선물시장이 생겨나게 됐다. 15길더에 팔리던 품종이 3년 뒤에 175길더로 치솟을 정도여서 상인들은 더이상 오를 수 없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때 유럽경제가 혼란에 빠지기까지 했다.

시장이 적정하게 안정된 오늘날 암스테르담 인근 알스마르 플라워 경매장에서는 동일 품목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튤립이 해마다 거래된다. 네덜란드는 세계 송이꽃의 약 60%와 분종의 50%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튤립은 네덜란드의 첫번째 수출품목이 됐다.

튤립 축제의 진원지는 코이켄호프 공원이다. 암스테르담 근교 리세에 위치한 8만5천평 규모의 이 공원은 화훼주제 공원이다. 3월말부터 5월 중순까지만 개장한다는 코이켄호프 공원은 튤립의 나라답게 온갖 종류의 튤립으로 단장돼 있다.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근 화훼류를 전시해 지구촌의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유럽의 봄을 전한다. 방학 중에 주로 여행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철이며 드넓은 공원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그득하다.

구근 재배농가의 아이디어와 수출업자의 노력으로 튤립 전시정원으로 개장된 1949년 당시에만 23만명이 다녀간 이래, 코이켄호프 공원에는 최근 매년 100만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화훼가 주제인 코이켄호프 공원은 원래 16세기 어느 백작부인의 소유지로 귀족들의 연회를 위한 야채와 허브를 재배하거나 사냥터로 이용됐기 때문에 '부엌(keuken)을 공급하는 정원(hof)'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만개한 구근 화훼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같은 세계 최대의 튤립 공원이 이루어진데는 튤립 재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 농가의 공헌과 다양한 종류의 구근 화훼를 현대적으로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조경업자들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코이켄호프 공원은 조경과 이벤트가 결합된 꽃축제의 형태를 가지며 네덜란드의 대표적 산업인 화훼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공원 가는 길가의 튤립농장도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듯 현란한 튤립 꽃들이 지천이다. 공원내의 수많은 꽃과 주변 조경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역시 튤립의 나라다.

코이켄호프 축제. 화훼산업과 축제와 관광이 연계된 이보다 나은 이벤트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도 예외 없는 네덜란드 튤립꽃 수입국이다.

존 라인하드 축제 매니저는 "정원과 꽃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애정이 깊어지면서 수백만 송이의 네덜란드 튤립이'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이 양국의 우정으로 더욱 활짝 피어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암스테르담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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