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열역학(熱力學) 원칙에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란 게 있다. 간단히 말해서 고급 에너지는 항상 저급의 에너지로 변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이 말은 아무리 깨끗이 청소해서 문을 잠가놓은 방도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지고, 맑은 물도 가만히 두면 썩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엔트로피의 법칙에는 인간이 아무 노력도 않고 가만히 있는 한 세상만사는 원치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인생 철리(哲理)가 포함됐다고 보아도 틀림없을 것 같다.
엔트로피와 비슷한 의미로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얼마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된 기억이 난다. 빈 택시는 항상 내가 기다리는 반대편 쪽에 있고, 구두 닦은 날 비오고, 생일 잔칫날 배탈나고 등등…. 일상생활에서 자질구레한 일들이 억세게도 내 뜻과는 반대로 풀려나가는 것을 모아 '머피의 법칙'으로 풀이해낸 젊은이들의 재치있는 유머가 재미있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플러스플러스복권 당첨번호 자동응답 서비스(ARS)가 당첨자 발표를 해놓고 다음 순간 수백명을 무더기 취소한 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머피의 법칙'이라고나 해야 할지 아리송하다.
잘못된 발표로 수백명이 경차(輕車)를 받을 꿈에 부풀었다가 순식간에 '전산오류'라는 나락에 떨어지는 실망을 맛봤나 하면 어느 식당주인처럼 당첨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자 한턱 화끈하게 쓰고 나니 잘못된 당첨이라고 남의 속을 뒤집어놓으니 이쯤되면 '머피…' 정도로 웃어넘길 수만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면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이근영씨의 경우는 머피의 법칙이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례라 할 만하다. 5일 오전8시30분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내려주고 있는 이씨 승용차에 육군 탱크가 덮쳐 운전대높이까지 망가뜨렸지만 이씨는 자녀의 스케치북 용수철이 안전벨트에 끼인 것을 빼주려고 조수석으로 몸을 웅크렸기 때문에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니 말이다.
자칫 오토바이에 치여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판에 하물며 탱크에 치이고도 멀쩡하다니…. '머피의 법칙'이 잠시 한눈 판 사이에 행운의 여신이 그를 감싼 것일까. 하도 나쁜 일만 잇따르는 요즘인 만큼 이씨의 행운이 더욱 크게 눈에 띈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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