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비만 정신과 치료

입력 2002-03-05 14:03:00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전형적인 서구의 질환이었다. 전통적인 한국음식은 비만을 일으키지 않는다. 단원이나 혜원의 풍속도와 르느와르나 앵그르의 작품 속에 나오는 여성의 몸매는 차이가 많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바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물론 선포한 사람은 다르다. 전자는 부시 대통령이고 후자는 공중보건국 새처 국장이다. 그는 비만은 미국에서 '전염병 수준으로' 널리 퍼져 있으며 수많은 질병과 죽음을 부르는 흡연만큼이나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손에 콜라와 핫도그를 들고 TV 스포츠 중계를 지켜보는 비만한 미국시민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낮선 것이 아니다. 그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오노처럼 날렵한 운동선수들이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빠른 도시화와 기술 발전으로 늘어난 여가시간과, 가공식품 등 식생활의 서구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비만치료에서 정신과 치료는 무척 중요하다. 폭식 비만이나 과식비만인 경우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비만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 중에는 단순비만이 아닌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이 있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킨다면 더 큰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살을 빼고 날씬한들 여전히 자신감이 없고 자기 신체를 비하하거나 혐오한다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경험하게 하고 자기 자신을 바로 보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데는 정신과적 치료가 무척 중요하다. 왜곡된 신체상(body image)을 바로잡아 주고 동기를 향상시키며, 스트레스를 이완시키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왜곡된 신체상을 가진 사람은 외롭고 공허하며 고독과 슬픔을 더 잘 느낀다. 대인관계에서도 자신감이 부족하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또 과식과 폭식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가져오므로 스트레스 치료와 더불어 내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만을 치료하게 위해서는 의사 영양사 운동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족이나 친구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도 있어야 한다.

박순원(정신과전문의.에스앤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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