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안강대성농산 부도 파장

입력 2002-03-04 15:34:00

경주 인근 지역 농가에 피해를 안겨준 (주)대성영농(경주시 안강읍)의 도산(본지 2일자 보도)은 피해 규모가 당초보다크게 늘어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피해 지역이 안강, 강동지역은 물론 인근의 현곡, 영천까지 확산되고 피해 규모도 당초 10여억원대에서 30억~40억원대로 늘어났다.가장 피해가 심한 마을은 강동면 양동, 안계리(32명)와 안강읍 양월 노당리 등 60여호.

벼 34가마를 위탁했다가 날려 버린 김덕근(56.안강읍 노당리)씨는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도 있느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손석창(45.강동면)씨는 "쌀값이 떨어져 죽을 맛인데 사기까지 당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허탈해 했다.

게다가 일부 농가는 도정공장에 쌀을 맡겨두고 조금씩 가져다 먹었는데 이번 대성영농 사건으로 인해 1년 먹을 식량이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당장 끼니걱정을 해야 하는 알거지 신세에 이르게 됐다.

영천 등 경주지역을 벗어난 피해자들도 잇따라 나타나 피해를 입은 농가가 총 100여호에 이르고 있는데 손석호(52.영천시 고경면)씨의 경우 지난 1월 도정공장 업주 박모(38)씨가 찾아와 찰벼를 맡기면 비싼 값에 팔아 주겠다고 말해 200가마(시가 2천만원 상당)를 위탁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이 마을 최기호(73)씨도 찰벼 36가마, 최규일(55)씨 찰벼 27가마, 최환옥(64)씨는 18가마 등을 각각 위탁 했다가 모두 날려버렸다.피해농 이실근(67.현곡면 가정리)씨는 "아무리 딱해도 농민들이 피땀흘려 지은 농사를 도둑질하다니….

이제 살길이 막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농민들 중에는 남의 돈 심부름을 했다가 돈을 떼이거나 농기계와 차량 구입을 하려던 돈을 빌려 줬다가 피해를 입은 농민도 적지 않다.김창배(60.안강읍 양월리)씨가 1억2천만원의 피해를 본 것을 비롯, 억대 피해자가 적지 않아 총 피해 규모는 줄잡아 30억~40억원 정도 될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적한 도정공장 업주 박씨는 지난 2000년말 도정업을 겸한 쌀도매업체로 시작,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위탁받아 보관하면서 농민들에게 현금까지 빌려주고 신뢰를 쌓았었다.

박씨는 그동안 과중한 시설투자로 자금난을 겪으면서도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호화생활을 해왔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부도설이 나돌기는 했으나 미질을 좋게하는 이색미 선별기를 설치하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해 부도를 내고 잠적할 것이라 짐작한 농민은 아무도 없었다.

농민들은 "도산의 원인 제공은 무절제한 호화생활이며 짧은 기간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아 해외에 도피한 것이 아니냐"며 발을 구르고 있다.

부지 600여평 규모에 세워진 대성 영농의 건물과 시설은 농협에 3억원에 저당되어 있어 농민들의 피해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경찰은 연쇄도산 위기에 있는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달아난 대성 영농 대표 박씨 체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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