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석귀화의 고정관념

입력 2002-03-04 14:12:00

이만갑 선생의 '여섯 가지 고정관념'이란 글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시대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적한 글이다. 우선 조선사회가 대가족제도였다고 믿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민중은 경제력이 없어 대가족제를 유지할 수 없었다. 또 남존여비가 철저하여 여자를 무시한 사회였다, 한국인이 게을러서 못살았다는 등등도 그릇된 관념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적 식견이 짧아 이를 꼼꼼하게 검증할 수는없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여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육계에도 이런 고정관념이 있다. 찾아보면 여섯이 아니라 열도 넘을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 둘만 보자. 하나는 공부 잘하려면 일찍 등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전쯤 내가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은 전교생을 오전 7시까지 등교하도록 지시하시고 만약 지각하는 학생이 있으면 벌로 운동장을 돌렸다. 물론 그분도 함께 돌았다.그 때는 사회가 그런 분위기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정서가 유효하던 시대였다.

지금도 그 사고는 여전하여 오전 7시까지 등교시간을 정해 두고 늦게 오는 학생은 호된 벌을 받는다. 일찍 와서 무얼 하는가.교문만 통과하고 교실에 들어와 자율학습을 시작하면 학생은 내쳐 잔다. 선생님들이 하도 못 자게 말리니까 이제 아예 눈뜨고 잔다. 새벽부터 학교에 데려다 두어야 공부한다는 진부한 의식이 좀 깨뜨려 질 때도 되지 않았나?

다른 하나는 학생이 학교에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부모들은 학교 밖은 유해업소 투성이니까 상대적으로 학교 안은유해하지 않은 곳이란 믿음을 가진 듯하다. 그렇지 않다. 어떤 학생에게는 학교가 그 학생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유해한 곳이 될 수도 있다.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도록 말려 보라. 아이들이 거칠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공부는 하기 싫고 놀 거리는 없고, 그러니 약한 친구를 골려 주거나 서로 쳐다보기만 하다가도 싸움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센 녀석에게 당하는 녀석은 그야말로 학교가 죽을 맛이다.그런데도 여전히 부모들은 학교가 안전한 곳이란 고정관념에 젖어 있다.

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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