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달성공원 동물가족

입력 2002-02-28 14:08:00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25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은 조용했다. 아직은 풍선을 든 아이들도,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도 보이지 않았다. 공원 입구 양지바른 곳에서 삼삼오오 봄을 기다리는노인들처럼 한가롭다.

그러나 막상 공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분주해진다. 여기저기서 봄나들이객들을맞이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한창이다.

다음달이면 야생동물 축사도 봄맞이 환경정비를 시작할 참이다.난방시설과 방풍막을 철거하고 번식기 동물들에겐 특별 사료가 투입된다. 이곳 달성공원에도 TV에서나 보던 순하고 귀여운 두살배기 사자가 있다. 2000년 7월 태어나자마자우유를 먹여 키운 아기사자'맥(脈)'이 주인공. '맥'이란 이름은 사육사들이 달성공원 사자의 맥을 이어달라는 뜻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어미사자가 있는 우리보다 안전한 사육사들의 품에서 이때까지 자라났다.

그래서일까? 사육사들이 다가가자 금세 순한 고양이처럼 변한다. 얼굴을 비벼대기도 하고 으르렁거리는 반가운 소리로아는 체도 한다. 송아지만큼 크지만 하는 짓은 영락없는 고양이다. 늑대동(棟)에 자리잡고 있는 아기사자가 언제그 야성을 드러낼지 오히려 사육사들이 더 불안해보였다.

불곰 우리에는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곰 중에서는 제일 크다는 '에조 불곰'. 아직 겨울잠을 자는 걸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동물원의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단다. "날씨가 추워져도 먹이만 일정하게 공급되면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습니다. 가을에 굳이 몸집을 불리려 많이 먹을 필요도 없지요". 사육반장 최성림씨는 곰들이 동물원의생활에 적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유류 30종 97마리를 포함, 86종 1천267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달성공원의 요즘 최고 인기동물은 '풍산개'다. 지난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북한 김정일(金正日)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우리'와 '두리'의 새끼 암수 한쌍으로부터 올해 1월15일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스트레스로 새끼를 해칠까봐 암컷과 새끼는 따로 보호 중이라 수컷만 볼 수 있었다. 잘 생긴 얼굴에 날렵해 보인다. 이들 풍산개 가족은 3월말이나 4월초가 돼야 일반에 공개된다고.

바다사자 '오타리아' 가족도 작년 6월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들을 살리기위해 지난 여름 사육사들은 땡볕에 비상대기해야 했다. 폐로 숨을 쉬기 때문에 새끼들의 경우 물에 빠지면 바로 익사할 수밖에 없었다. 뜰채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가라앉으면 끄집어내기를 반복했다. 바다사자들의 터전인 이곳의 물은 바닷물이 아니다. 대신 잘 맞지는 않지만 상수돗물과 지하수를 섞은 물을 사용한다.

그래도 온도를 맞추고 자주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육사들 입장에선 가장 힘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동물원의 주인은 관람객이 아니라 당연히 동물들이다. 올해 초 환경운동연합 회원 가운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하호'가 펴낸 동물원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원의 상당수 동물들이 열악한 서식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사육원 11명과 수의사 1명, 축산담당 3명이 모든 동물들을 관리하는 달성공원도 마찬가지다.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보니 동물축사 증.개축이 안돼 최소한의 서식여건을 마련해주기도 어려워 안타깝습니다". 달성공원관리사무소 사육계의 조양현씨는 그래서 더 가슴아프다.

그렇다고 예산을 늘리고 시설.인력을 보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 4월 무료개방 된 이후 첫 해에는 관람객이 늘어 번식률이 줄었다. 동물들이 그만큼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증거다. 침팬지와 원숭이들은 관람객이 많을수록 설사가 잦다.

사람들이 상한 음식을 던져주기도 하고 동물들이 이온음료에 길들여져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어대기 때문이다. 소주와 담배까지 던져주는 짓궂은 사람들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때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엔 때아닌 동물열풍이 불고 있다. 'TV 동물농장' 같은 동물 프로그램들과 애완동물들이 인기이다. 사람들이 동물들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얼까. 순수한 동물에게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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