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행사'불러놓고 깨다니…

입력 2002-02-28 14:36:00

한.미정상회담이후 북한의 대응을 가늠할 잣대였던 '금강산 새해맞이 남북공동모임'행사가 27일 개막 직전 북측의 돌연한 거부로 무산됨으로써 남북관계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민간교류의 첫단추가 잘꿰어지기를 고대했던 정부로선 다음단계의 진전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우리는 남북 민간단체의 순수한 행사에 정치적.정략적 색깔을 부여, 먼길을 찾아간 수백명의 남북 민간인사들 앞에서 행사거부를 선언한 북측의 비례(非禮)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방북 3단체의 하나인 통일연대측은 26일 금강산 출발직전 행사 불참을 선언해 버렸고, 북측도 참가신청 통련인사중 40명의 방북불허를 핑계로 7대종단 및 민화협 대표단이 금강산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거부선언을 해버린 것이 행사파국의 사정이다.

기실 파국직전까지 북한은 우리측 두단체 대표단과 함께 남한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유도했고, 우리 대표단의 강한 거부반응에 부닥치자 통일연대 불참속의 행사진행엔 실익이 없다고 계산한 듯하다.

지난 8.15평양행사의 '악몽'을 피하려는 남측의 우려를 충분히 읽고 있었을 북한이, 여론의 매를 맞아가며 '퍼주기'로 일관해온 우리정부에 이렇게 매몰차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국민은 이게 답답한 것이다.

한가닥 위로가 되는 것은 "금강산에서 남북민간 공동으로 남쪽정부 비난성명이 나온다면 향후 민간교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사유를 들어 우리측이 방북불허에 대한 공동유감표명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향후 남북 민간교류에서의 보다 성숙된 자세를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또하나는 북측이 이번 행사파국의 책임을 '미국의 계획적 파괴음모'에 돌리면서 남한정부에 대화의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로선 당장 해외관광객으로 채워야 할 5,6월 아리랑축제가 급하고 6.15 공동선언 2주년 행사도 닥쳐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산상봉의 돌파구부터 뚫어야 할 정부로선 곤혹스럽긴하나 북측에 대화재개를 거듭 촉구하며 기다려 볼 일이다. 세월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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