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외인들 주도 아래 지수가 463에서 700대로 치솟는 것을 구경하는데 만족해야 했던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무서운 기세의 매수세를 보이며 지수를 822(27일 종가)까지 끌어 올렸다.
◇기관들의 왕성한 순매수세=거래소시장에서 기관들은 27일까지 6거래일 동안 무려 1조485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이후 연속 순매수 일수나 금액 면에서 가장 공격적인 매수세다.
외국인은 27일 소폭 순매수로 전환하긴 했지만 26일까지 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지수 상승에 따라 27일 종가기준의 시가 총액도 306조9천554억원을 기록, 지난 2000년 7월13일(300조240억원) 이후 19개월만에 300조원대를 회복했다.
◇기관 순매수의 배경은=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주식을 내다 파느라 주식 보유 비중이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사의 경우 지난 90년 운용자산 중 주식투자비중이 16.2%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에는 4.2%까지 떨어졌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 아래 기관들로서는 주식 말고는 자금을 굴릴만한 시장이 사실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수가 700선을 넘어서면서 투신사에 대한 고객들의 환매 요청도 두드러지게 줄어든 반면 신규 자금 유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수가 800선에 안착할 경우 투자심리가 호전돼 개인들의 자금이 수익증권으로 몰려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대한투신증권은 이번의 주가상승 기간중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99년과 현 시점과의 비교=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의 35%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들에게 더 이상의 대규모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추가 상승 여부는 기관의 강한 매수세 유입에 달려 있다. 전례를 보더라도 지난 99년 랠리 때 지수 800선까지는 외국인이 이끌었지만 이후 1천 포인트 달성은 기관과 개인 주도로 이뤄졌다.
◇향후 전망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지수 800선은 이제 강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상승 과정이 프로그램 매수세에 많이 의존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프로그램 매수란 선·현물간의 베이시스(차이)가 마이너스 즉 백워데이션으로 돌아설 경우 순식간에 악성매물로 돌변, 시장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펀드와 은행신탁계정자금을 통한 주식 투자가 이미 수익이 많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지수가 850선에 다가서면 이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신증권 대구지점 강대원 과장은 "미국 증시가 좋으면 단기적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지만 28일부터는 이익 실현에 주력하라고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며 "기관 주도 장세가 꺾일 경우 장은 상당 기간 조정을 보일 것이고 외국인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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