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부모들에게-분리 불안

입력 2002-02-27 14:00:00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일찍 자녀를 보내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 전업주부들도 혹시 집안에서만 키우면 사회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조기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일찍 아이를 떼놓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자녀의 성장 상태나 성격 등에 잘못 맞췄다가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상담을 청해오는 사람들이 다양한 게 사실이다.

먼저 너무 일찍 아이를 떼어놓은 사례. 최근 직장생활을 시작한 한 엄마는 18개월 된 아이를 놀이방에 종일반으로 맡겼는데, 한달여만에 아이가 잘 먹지 않고 칭얼대다가, 밤에 일어나 울기도 하고, 놀이방에서도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등 행동 변화를 보였다.

엄마의 불안정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임신 당시 남편과 갈등을 겪었다가 출산 후에도 우울증이 있어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한 엄마는 네살이 들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처음부터 가기 싫어했을 뿐 아니라 아침마다 불안감을 보이고 가렸던 오줌도 다시 쌌다.

초등학교 4학년 현아는 네살 때 유아원을 처음 보낼 때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엄마가 아파서 한달 정도 입원한 이후로 다시 상태가 나빠진 경우. 학교에 잘 가지 않으려 하고, 학교에 가서도 어머니가 잘 있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강도라도 와서 엄마를 해치지나 않을까 불안과 공상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

아이들은 출생 직후부터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머니의 절대적인 보살핌을 필요로 하며 생후 6, 7개월이 되면 어머니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는 낯 가리기가 시작된다. 18개월에서 24개월 동안에는 어머니와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이 시기의 분리 불안은 어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얼마나 건강하게 이뤄졌는가를 말해주는 지표가 된다. 건강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경우 남들처럼 유아원도 가고 친구도 사귀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돼도 등교를 거부하거나 분리에 대한 불안을 두통, 복통, 구토 등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의 심적 발달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나겠지만 최소한 2세가 된 뒤 유아원에 보내야 불안감 없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어머니가 안정감을 갖고 자녀를 양육해야 하며 부모 사이의 불화 등 가정의 불안정한 요소들도 해결돼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대리 양육을 시키더라도 아이를 건강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며 자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보춘(종로정신과의원 원장) ahdong75@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