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입력 2002-02-27 14:13:00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까지 거의 매진을 기록하면서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섰다. 관객수만도 11만여명이 넘는다. 문화벤처 제미로와 영국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연회사 RUG가 공동제작, 지난해 12월2일 서울 역삼동 LG 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이 작품은 100억원이 넘는 우리나라 공연사상 초유의 대형 블록버스터 공연으로 화제를 뿌렸다. 지난 21일, 3월 예매를 시작했을 때 첫날에 3천장이 팔려나가는 등 아직도 관람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시립극단 이상원 감독과 극단 단원, 대구연극협회 박현순 회장 등 12명의 연극계 인사들이 화제의 이 작품을 보고 왔다. 특히 연극계에 오래 몸담아온 이 감독과 박 회장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결론은 닮은 꼴 견해였다. 무대 매커니즘은 높이 평가했지만 콘텐츠는 다듬어야 할 대목이 많다는 것.

사실 '오페라의 유령' 무대는 수많은 특수효과와 볼거리로 유명하다. 30만개의 유리구슬로 치장한 0.25t 무게의 샹들리에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은 유령의 특수분장은 객석 청중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화려한 오페라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황금빛 장식과 무대의상들, 거대한 계단 세트에서 파리 하수구 밑의 음침한 지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무대라는 제한공간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박 회장은 "엘지아트센트의 첨단화된 시설과 친철한 안내, 로비를 꽉 메운 관객 등 막이 오르기전부터 기대에 부풀게 했고공연 시작 후 20분간은 객석천장으로 올라가는 샹들리에와 화려한 의상, 스피디한 극의 전개, 상상 못할 정도로 속도가 빠른 무대 전환으로 자못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이후 깊은 잠에 빠졌다"는 은유법으로 평가하기 시작한다. "뮤지컬은 가창력과 함께 음악을 통한 정확한 스토리텔링이 이뤄져야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면서 등장인물의 가창력, 어눌한 연기 등을 지적했다.또 "이러다보니 큰 배의 자연스런 이동, 샹들리에의 오르내림, '펑'하고 사라지는 물체 등 마술같은 매커니즘만 잔상에 가득 남아 이 극이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매직 비주얼 뮤직 드라마', 소위 '요막극'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도 국내에서 여직껏 보지못한 무대전환 등 무대매커니즘 사용의 절묘함을 평가했지만 "100억원 이상을 들인 뮤지컬로는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 감독은 또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사랑이냐 예술혼이냐를 두고고뇌하다 어느쪽을 선택하게 되느냐는 주제부각이 약했고, 작품을 한국적으로 소화해 내지 못한 탓에 관객과의 괴리감 등으로결국 공연이 끝났음에도 객석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는 촌극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 공연은 투어 공연이 아닌 국가로는 열네 번째 나라, 도시로는 아흔 두 번째의 공연이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네 번째이지만, 자국어로 번역돼 원 제작진과 현지 스태프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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