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중 1위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이다. 그 다음이 교통사고인데 3위부터는 각종 암질환이 서로 순위를 앞다투고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섭리를 거역할 수는 없지만 암은 소리없이 찾아오는 특성 때문에 더욱 공포의 대상이다. 10분에 한 명꼴로 한국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바로 암이다.
최근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폐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연운동이 국민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의 암사망 1위 자리를 마침내 폐암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2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0년도 중앙 암등록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 암은 위암이었으나 사망원인으로는 폐암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사망자 가운데 폐암환자가 20%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위암(19.9%), 간암, 대장암, 췌장암, 식도암 순이었다. 99년 위암, 폐암, 간암 순이던 것이 폐암이 간발의 차이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후진국형'인 위암, 자궁경부암 등이 감소하고 '선진국형'인 폐암, 대장암이 늘었다는 분석이지만 아픈 것까지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남성의 폐암이 급격히 늘어 폐암 사망자가 84년 1천726명에서 2000년에는 8천619명으로 5배나 증가한 것은 충격적이다. 다른 암과 달리 폐암은 흡연이 주 요인임은 거의 정설이다. 담배 연기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4천여 종이 넘는 유해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이주일씨에 이어 심근경색증으로 입원중인 야구 해설위원 하일성씨도 "일찍 담배를 배워 최근까지 하루 2갑씩을 피웠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한국의 흡연 실태를 보면 당분간은 폐암퇴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금연운동협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18세 이상)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국내 흡연인구는 36%였다. 미국의 흡연 비율보다 10%포인트나 높은 수치로 미국의 20년 전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 흡연자 비율은 70%였고 여성은 3.3%인데 흡연자들의 흡연 시작연령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18세 이하부터'가 35%에 달했다.
최근 리처드 버큰(57)이란 미국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흡연 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개인으로서는 사상 최고액인 1억 달러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으나 결국 폐암으로 지난 1월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망하기 전 "흡연 위험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흡연을 '멋진' 행동으로만 선전해온 담배회사의 판촉운동에 희생됐다"고 말했다. 금연 운동은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폐해를 인식시켜주는 사회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연초에 '작심삼일'로 끝난 애연가는 정월 대보름 부럼 깨듯 절연이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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