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현대건축의 대부 하싼 파티

입력 2002-02-23 14:01:00

현대 이슬람건축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 있다면 당연히 하싼 파티( Hassan Fathi 1899~1989)를 들 수 있다.

그의 작품인 '구르나'마을이 지금도 남아있고 여전히 사람들이 그의 작품 속에 살고 있다. 1940년대 중반 젊은 건축가였던 하싼 파티는 가난한 이집트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싼 집들과 학교, 이슬람사원, 공동시장을 이집트의 남쪽 룩소에서 가까운 '구르나'지역의 허허벌판에 지어올렸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이집트는 서양식 건축시공이 붐을 이루고 있었던 때라 이집트 전통양식의 건물들은 모두 고물로 취급받던 시대였다. 전통적인 자재로 쓰이던 진흙벽돌과 나무, 갈대보다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철근 등으로 건축하던 때였다.

그러나 당시의 이집트인들로서는 이들 비싼 건축자재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처지였고 또한 서양식 건축공사에 훈련된 일꾼들도 드물었던 상황이었다. 또한 콘크리트건물들은 여름에는 건물을 가열시키고 겨울에는 건물의 열을 빼앗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이집트의 기후조건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집트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건축가가 바로 하싼 파티였다. '근대화'란 전통적인 것을 버리고 서양식을 모방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이집트사람들은 그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의 시골에서 전통적인 건축자재로 흔히 쓰이던 진흙을 구워 만든 벽돌과 나무, 갈대로 아름다운 아취형과 돔형의 건물들을 완성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지은 집들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보온을 할 수 있게 설계됐다.

그리고 실용적이며 이집트사람이면 누구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싸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슬람건축의 예술적인 미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건축가들에게서 뜨거운 격찬을 받았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은 하싼 파티가 55년전에 지은 건물들을 구경하러 구르나로 갈 정도이다. 그리고 그가 직접 실험하고 검증했던 '진흙건축술'은 현재 아랍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하싼 파티는 자신의 진흙건축술을 '가난한 자를 위한 건축'이라는 책에서 상세하게 밝히면서 '자신의 건축은 가난한 사람만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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