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사방천지 호들갑을 떨며 우리곁으로 다가온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봄은 유난스레 유세를 부린다.
우수(19일)도 지났고 내달 6일이면 개구리도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 거실 한쪽의 화분은 베란다로 자리를 옮길 때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는 날마다 윤기가 달라진다. 남녘에서 동백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더니 이제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산수유, 매화도 노랑, 연분홍으로 요란을 떨 것이다. 반도 남녘에서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켜는 거제도. 그 중에서도 지심도와 외도는 벌써 봄향기가 도도하다.
▨거제 장승포 지심도
통통배를 타고 가야하는 동화같은 섬. 지심도(只心島.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는 동백섬이다. 동백나무가 흔하디 흔한 남해안이지만 이곳처럼 섬 전체가 대부분 동백으로 뒤덮인 곳도 흔치 않다. 너비 약 500m에 길이가 1.5㎞쯤 되는 작은 외딴섬. 경남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쯤 떨어져 있다. 마치 망망대해에 떠있는 가랑잎처럼 손바닥만한 섬이다. 마을 주민이래야 10여가구에 열댓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심도는 멀리서 볼 때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숲이다. 이곳 자생 식물로는 후박나무, 소나무, 거제풍란 등 모두 37종이나 되지만 전체 숲 면적의 60~70%가 동백나무 차지다. 더구나 이 동백숲은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덕에 굵기가 팔뚝만한 것에서 한 아름이 넘는 것까지 울창함을 자랑한다.
동백꽃이 피는 시기는 봄기운이 한창 무르익는 4월 하순경까지다. 그러나 동백의 요염한 꽃빛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이맘때쯤인 2월 하순부터 3월이 포인트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느긋한데 동백꽃은 숨가쁘다. 후두둑 후두둑 서로 뒤질세라 꽃망울을 앞다툰다. 발길에 채이는 것은 모두 땅에 떨어진 동백꽃일 정도다.
선착장과 마을 사이만 비탈진 시멘트길. 그외 길은 모두 동백숲 터널이다. 한줄기 햇살도 스며들 틈이 보이지 않는 상록수림,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 새들의 지저귐까지 반나절 섬여정이 금방 지나간다. 섬 아래 바다 갯바위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울 수도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아갈 듯이 가뿐해진다.
▶가는 길.배편=구마고속도~마산~고성~통영~거제도~장승포항~지심도. 지심도에는 여관이나 음식점은 따로 없다. 다행히 농가마다 민박손님을 받으므로 하룻밤쯤 묵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방값 2만5천원선. 식사는 한끼에 5천원이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 가는 배는 평일 하루 3회(08:00, 12:30, 16:30) 운항한다. 그러나 손님이 10명이상 모이면 언제든지 출발한다. 요금은 왕복 7천원. 배편.민박문의는 장승포 매표소에서도 가능하다. 055)682-2233.
▨거제 외도 해상농원
자동차, 재떨이, 술이 없는 섬. 외도(外島.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는 한려수도의 명물섬이다.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종려나무, 야자수, 소철 등이 온 섬을 장식하고 있는 아열대 낙원. 넓이는 4만8천평, 천천히 산책하며 섬을 도는데 30분 정도 소요되는 작은 바위섬이다.
육지에서 4월 중순에야 피는 튤립을 한달여 앞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후가 따뜻하다. 3월 중순부터 11월까지 600여종의 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섬을 원색으로 물들인다. 그런 낙원안에서 물총새, 까치, 솔개 등 수많은 새들이 관광객을 반겨 준다.
섬내 건물들은 남유럽풍의 하얀 벽에 빨간 지붕을 하고 있다. 하얀 대리석 조각작품들이 늘어선 섬중턱 비너스의 정원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국적 풍물에다 영화 '가위손'의 솜씨를 능가할 정도로 잘 정돈된 아열대 수림은 일순간 지중해 외딴 섬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전망대에서 다도해를 조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외도는 원래 8가구 주민들이 밭을 일구며 사는 보잘 것 없는 섬이었다. 그러나 지난 69년 7월 이창호(68).최호숙(66)씨 부부가 낚시를 하러 찾아 오면서 섬의 운명이 바뀌게 됐다. 3년에 걸쳐 섬을 사들인 이씨부부는 열대식물과 각종 꽃으로 섬을 조금씩 가꿔 나가 95년 외도 해상농원으로 문을 열었다.
▶배편=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도장포, 해금강 등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수시로 배가 뜬다. 외도왕복 8천원, 외도+해금강 9천500원. 와현선착장 055)681-2211. 외도 해상농원 입장료 어른 6천300원(국립공원입장료 포함), 어린이 2천800원. 055)681-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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