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태왕화섬
칭다오(靑島)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정도 거리에 있는 짜오조우(膠州)시. 칭다오시의 위성도시인 셈이다.시외곽인 짜오조우시루(膠州西路)에서 100m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구의 태왕이 투자한 '칭다오 태왕화섬'이 있다.
2만여평의 대지위에 사무동과 공장건물이 두개였지만 IMF이후 섬유경기가 나빠지면서 구조조정차원에서 1공장이 문을 닫는바람에 주변분위기는 다소 썰렁했다.
태왕화섬의 권일구 과장(39)은 "1공장에 있는 일부 직기와 직공들을 2공장에 분산배치했다"고 말했다. 공회(노조)장을맡고 있는 바이징밍(白正明)씨는 "98년 한국의 IMF직후 잠시 위기가 있었다"며 그 당시를 회상하고 "우리회사는가족같은 분위기라서 좋다"고 말했다.
직기수는 490여대지만 최신직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여성인 직공은 700여명에 이른다. 인근의 신발제조업체인 '창신'이 3천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해서는 적지만 이곳에서는 고용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작업장입구에는 '정성생산 품질보증'(精誠生産 品質保證)이란 구호가 직공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권 과장은 "여기서 직물을 일차 가공해서 한국으로 역수출하면 한국에서 염색가공, 동남아 등지로 재수출하고 있다"면서"이제 중국에서의 생산품질을 높여 내수판매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품질고급화로 내수판매에 나서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원자재를 구입할 경우, 내수판매가가능하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한국에서 온 현장기술자가 마무리작업을 감독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산한 제품은 중국제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직공들도 한국에서 재가공한 제품을 보면 놀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마케팅때문에 내수에 적극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단을 펼쳐놓고 검사작업을 하고있던 까오쉬주오(18)양은 "열심히 일해서 한국으로 연수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한달 월급은 650위안남짓(한화 약 10만원). 그녀의 작업대앞에는 무선호출기가 꽂혀 있었다. 공장입구의 경비실에서는 빠오위엔(保員.보안요원)들이 출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경비실벽에 퇴직자들의 사진을 붙여놓은 것도 이채로웠다.
◇중국최대의 브랜드기지
칭다오에는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그룹과 '칭다오맥주'본사가 있다. 또 하이신(海信)과 오커마(澳柯瑪), 쑤앙싱(雙星)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가장 많이 포진해 있다.칭다오맥주는 특히 중국브랜드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중국내에서도 맥주 생산과 수출 1위다. 그래서 칭다오는 오래전부터 전자와 식품, 음료, 화학, 섬유산업 등 경공업이 발달해 왔다.
산동반도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칭다오는 연해개방도시로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지역이라서 우리에게 친근하다. 칭다오는 특히 지난 93년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대구지역 섬유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했었고 지난 해 6월부터는대구와 직항로가 개설돼 양도시간 교류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칭다오시의 쪼우지아빈(周嘉賓) 부시장은 "앞으로 쌍방간에 흥미있는 특색산업, 특히 전자분야에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한다"면서"월드컵을 계기로 칭다오를 통해 한국을 많이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칭다오에서 짜오조우로 가는 길목에는 하이얼그룹 본사가 있었고 대로에는 '하이얼루'(海爾路)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한국기업 대거진출
칭다오는 대구지역 섬유업체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한국기업의 투자가 칭다오로 몰린 것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등 가까운데다 중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이 3위에 이를 정도로 칭다오의 항만시설이 잘 돼있고 인천과 부산으로 여객선과 화물선이 오가는 등 물류인프라가 중국내에서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시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칭다오의 대표적인 한국기업은 중국내 10대 화섬업체로까지 꼽히고있는 '고합'이다. 그러나 칭다오에 투자한 한국기업은 대구의 섬유와 부산의 신발과 완구, 피혁산업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2천여개에 이른다.한중수교이후 대구지역 섬유업체들도 대거 칭다오로 진출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섬유업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처럼 지역섬유업계의 중국진출이 사실상 실패한 것에 대해 중국에서 섬유무역업을 하는 심명섭 사장은 "일단 준비없이 무조건 중국으로 가보자는 식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설비만 갖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사장은 "대구업체들이 실패한 것은 중국 자체는 물론 중국의 무역관행을 너무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그는 "2년전까지 북경에서 대구섬유전시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받은 주문을 성사시킨 것은 3%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역시 중국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태왕의 권일구 과장도 "현지진출에 실패한 것은 현지의 법률관계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데다 현지인과의 갈등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싼 인건비를 노리고 진출했지만 사회보험 등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전기요금이 한국의 2배이상이 되고 원자재가도 예상을 웃도는 등 원가부담이 많았다고 한다.
글 서명수기자 didierot@imaeil.com
사진 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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