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드컵 마케팅 실종 '특수' 공염불만

입력 2002-02-20 15:15:00

20일로 'D-100일'을 맞은 2002 한.일 월드컵의 '대구 특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내외국인용 상설 전시판매장 설치가 실종됐고, 여행사들은 자본과 경험 부족을 이유로 해외 관광객 유치를 포기한 상태다. 지역 백화점들도 특수 실종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31개 월드컵 유망기업을 선정, 이들에게 상설 전시판매장을 마련해 주기로 했지만 3개월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초 월드컵경기장 주변으로 고려한 전시판매장 설치가 'FIFA 공식후원업체가 아니면 경기장 인근 불가'라는 FIFA규정에 따라 대구공항으로 변경됐지만 역시 '경쟁입찰'을 내세우는 한국공항공단에 제동이 걸렸다.

한 월드컵 관련기업체 사장(47)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사업을 추진하면 어떡하느냐"며 "하루빨리 전시판매장을 설치해야 조금이라도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공항공단 관리를 맡고 있는 건설교통부에 수의계약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지자체와 공단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답신만 받았다"며 "경쟁입찰에 따른 추가 예산 편성이 불가피해 전시판매장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여행사들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단념하고 월드컵 특수를 서울 메이저 여행사들에 내주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이 지역 4개 여행사 가운데 3개 여행사가 자본과 경험 부족을 이유로 관광객 유치를 포기했으며, 나머지 1개 여행사도 현재 유치 실적이 800여명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 월드컵지원반 관계자는 "이 틈에 특급에서 3급까지 FIFA패밀리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 지역 호텔 객실은 서울 메이저 여행사들이 선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행사 관계자들은 "서울 메이저 여행사들은 대구를 하루 정도 쉬어가는 코스로 관광패키지를 짜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대구 등 지역 백화점들은 지난달부터 월드컵 공식 상품관을 마련하는 등 월드컵 마케팅에 들어갔지만 '특수실종'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FIFA 승인 없이는 월드컵 관련 문구나 로고를 일절 사용할 수 없어 월드컵 붐조차 조성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동아백화점은 지난달 11일 쇼핑점 10층에 '월드컵 관련 상품판매장'을 개설, 4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매출이 저조해 현재까지 1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백화점도 지난달 18일 프라자점 11층에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월드컵 공식 라이센스 상품관'을 오픈했지만 하루 매출은 70만원정도다.

업계에서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월드컵관련 조형물 설치, 마라톤대회, 입장권 경품 등 10여가지의 각종 이벤트나 판촉행사를 계획했으나 FIFA 라이선스 사용규정이 엄격해 현재는 모두 백지화된 상태다.

이상준.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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