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간의 대북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안에 양국이 상당한 의견의 일치를 이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형성된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는 일단 해빙의 전기를 맞게 됐으며 외국 언론들이 폐기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던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햇볕'의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회담이 그동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성과를 낳게 된 것은 양국 정상이 최대 관심사에서 서로 한발씩 물러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해 예상대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WMD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동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미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대량살상무기 문제에서 미국과 같은 입장임을 밝히고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 미국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은 어디까지나 대화를 통해야 한다고 강조, WMD 문제의 해결에서 미국측 방식에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WMD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해 WMD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김 대통령은 이처럼 WMD문제에 대한 미국 입장 수용의 반대급부로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으며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대화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두 정상이 "상호 일치된 목표와 전략하에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던진 대화촉구에 북한이 빠른 시일안에 알맹이 있는 내용으로 응대하지 않을 경우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의 시각차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동맹관계를 안보협력이라는 기존의 목표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확대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다분히 미국의 대테러전이라는 세계전략의 한 축으로 한미 동맹관계의 위치를 재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담은 WMD 해결방식으로 대화를 채택한 점과 이를 위해 미국이 조건없는 대북대화 의지를 밝힌 점,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점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이다. 그동안의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미뤄 상당한 양보로 비쳐지는 이번 회담 결과에 북한이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회오리바람 속으로 휩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