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또 하나의 만리장성

입력 2002-02-20 14:06:00

1999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서부대개발은 그 규모나 공사기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책이다. 만리장성의 대역사(大役事)를 이루어낸 중국인의 후예답게 거대한 사업으로 중국 지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건이다. 서부대개발은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의 유리한 요소를 활용하자는 선부론(先富論)과 이 지역의 발전을 서부지역에 활용하여 공동발전을 모색하자는 두개대국론(兩個大局論)을 기초로 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당찬 꿈을 전개하고 있다.

서부대개발의 내용을 보면 철도와 도로의 총 연장이 1만7천㎞이고, 타리무(塔里木)에서 상하이(上海)를 연결하는 천연가스관의 길이가 4천200㎞, 양쯔장(揚子江)의 물을 황허(黃河) 이북으로 끌어올리는 물 길이가 5천㎞에 달하는 대역사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만리장성으로 중국 역사에 기적으로 기록됨직한 일이다.

중국의 변화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공사기간이 약5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성공여부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중국인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과 같이 산 하나를 옮길 수 있는 우직한 면이 있고, 조급해 하지 않는 만만디(慢慢的) 정신을 가지고 있어 시간은 걸릴 지 몰라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대판 만리장성 계획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라 몇 십년전부터 거론되어 온 사업으로 그 동안 충분한 연구와 타당성 검토를 하였다는 점에서 대국다운 기질이 엿보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그것만을 땜질하고 시간을 벌자는 정책과는 대조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도 분명 중대한 사건으로 간과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 특유의 서두르지 않고 심사숙고하는 습관, 돌다리도 두드리는 중국인의 지혜, 계획을 세우면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가는 고집이다. 또 하나의 만리장성과 같은 정신이 한국에서도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기우일까?

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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