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향해 원색 비난한 것을 두고 여야는 19일에도 상대당의 선사과를 요구하며 팽팽히 대치, 국회가 공전됐다.
0...민주당은 19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 송 의원을 발언대에서 끌어내렸고 발언원고를 빼앗아 바닥에 팽개쳤다"며 한나라당 윤두환.이규택 의원 등을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폭력으로 동료의원을 발언대에서 끌어내고 발언원고를 낚아채 팽개친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의회파괴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막가파식 정권의 실체가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송 의원의 망언에 의한 국회 파행은 철저히 기획된 전략의 일환"이라고 맞섰다. 남경필 대변인은 19일 "미 대통령에 대한 비이성적 망언과 야당총재 음해발언 등 국회 유린행위에 대해 한나라당 사과를 요구하는 민주당은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여당의 국회무력화 전략은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와 조율하에 이뤄진 것이라 판단된다"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0...18일 국회파행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통령 아들 3형제의 비리조사를 요구하고 민주당 송 의원이 이 총재와 두 아들 및 부친의 전력을 제기하면서 빚어졌다.
홍 의원은 "미국 LA에 있는 한미은행, 중앙은행 등에 김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와 처남 차창식씨, 정학모.조풍언씨 등의 명의로 60만불에서 수백만불이 입금됐고 LA 한미은행과 중앙은행의 김홍걸.정학모 계좌에 수백만불의 돈이 입금돼 있다"고 주장, 파문이 빚어졌다.
홍 의원은 이어 "홍걸씨가 월 8천7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고 아무런 수입도 없는데 미국 LA의 100만 달러짜리 호화주택에 살고있다는 사실에서도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옥두 의원 등 민주당 의석에서는 "허위사실 유포하지 마라. 증거를 대라"고 소리쳤고 한나라당 의석에서도 "들어봐"라며 맞고함이 터져나왔다.
0...마지막 질문자인 송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양측간 감정 싸움은 절정에 달했다. 송 의원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한반도 분단을 고착시키려는 '악의 화신'에 편승, 대권욕을 채우려는 이 총재의 '악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배포원고에는 '악의 화신인 부시 대통령'이라고 썼다)" "(이 총재 장남은)아버지가 집권하면 뒤를 봐준다는 약속 아래 재벌 2세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정치 자금을 받아 전달했다"
"(이 총재 장남과)재벌2세들은 지난 2000년 8월 W사라는 껍데기 회사를 유망벤처로 포장, 모제약회사로 하여금 인수케 하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사기극을 연출했다" 등 원색적으로 이 총재를 비난했다.
그러자 야당 의석에서 비난과 욕설이 터져나왔고 보다못한 이재오 총무가 "발언을 막아"라고 명하자 윤두환.김무성.이규택.박종희 의원이 단상으로 가 송 의원을 끌어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퇴장하자 송 의원은 "시대 흐름에 따라 기생하면서 3대에 걸쳐 파렴치 행각을 일삼고 있는 이 총재는 대쪽이 아니라 죽창으로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반사회적 반민족적 행위를 사죄하고 정계에서 떠날 것을 권고드린다"며 발언을 끝냈다.
0...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의총을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향후 국회일정에는 일단 응하기로 했다. 속기록 삭제와 윤리위 제소를 요구했지만 대여 공세를 계속 잇겠다는 뜻에서 본회의 개최입장을 정했던 것. 그러나 민주당은 두차례 비공개 의총을 갖고 질문도중 송 의원을 끌어내린 야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회일정을 거부키로 했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송 의원 발언 중,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부분은 대단히 적절치 않은 표현이 있었으나 물리력으로 송 의원을 발언대에서 끌어내린 폭력의원들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송 의원은 대통령의 충견임을 자처하고 이인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물"이라며 "그가 주장한 이 총재 일가에 관련된 주장은 하나같이 허구"라고 성토했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이 총재 장남은 어떤 회사의 주식도 본인명의든 가차명이든 소유한 적이 없으며 이 총재 부친의 용공음해사건 역시 그의 강직성을 시기한 조작사건임이 이미 밝혀졌다"고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민주당은 19일 송석찬 의원이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부시 미 대통령을 '악의 화신'으로 비난한데 대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나라당에 역공을 펼쳤다.
민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날 송 의원 질문을 방해한 것은 명백한 반의회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상수 총무는 "상대의원의 발언을 봉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 의회적이고 의회파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총무는 송 의원 원고를 탈취하고 밀어부친 한나라당 이규택.윤두환 의원을 고소.고발할 뜻도 밝혔다.
박종우 정책위의장은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똑같은 사태가 재발해도 대응책이 없다"면서 강경대응을 주문했고 임채정 국가전략연구소장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발끈했다. 임 소장은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한민국의 유일한 성역이냐"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충성경쟁'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송 의원의 발언 파문에 대해서는 진화에 부심했다. 집권 여당 의원의 미 대통령 비난발언이 자칫 외교문제화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즉각 부시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논평을 내는 등 화해를 시도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과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 의원 자신도 부시 비난 발언을 즉각 철회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송 의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부시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는 '악의 화신'표현과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한 대목을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18일 송 의원의 부시 대통령 비난 발언과 관련, 민주당 지도부를 강하게 질책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송 의원의 발언은 우리나라와 동맹관계에 있는 우방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대단히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면서 "당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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