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홍보용 전화.전자메일 홍수

입력 2002-02-19 12:29:00

이달 초 한 여론조사회사로부터 설문전화를 받은 회사원 차모(40·수성구 범물동)씨. "대구시장 출마예상자 중 누구를 찍겠는가. 현 시장이 재출마하면 지지하겠나.

특별한 지지정당이 있는가" 등 10여분 동안 전화를 끊지 못할 만큼 물고 늘어져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틀 뒤엔 설문이 공정했는지를 묻는 확인전화까지 재차 걸려왔다. 차씨는 "아직 선거에 관심도 없는 판에 일방적으로 가정집에 전화를 해대는 건 공해가 아니냐"며 "설문의 용도도 자세히 밝히지 않아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며 불쾌해했다.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지후보·정당을 묻는 전화가 가정에 날아들고, 대선 출마 예상자를 선전하는 전자메일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설문조사를 빙자해 유권자 의견을 교묘하게 유도·왜곡하고 있어 편법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낳고있다.

대구시 중구 김모 구의원(65)은 열흘전 한 리서치회사로부터 설문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웠다. 질문은 '중구청장 후보를 경선하는 게 좋은가' '누가 공천을 받는 게 좋겠는가' '현 청장이 구정운영을 잘했다고 보나' '주민숙원사업이 뭐냐' 등 민감한 내용들이었다.

김 의원은 "특정후보에 유리하게 이용될 여지가 있어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며 "구청장 후보 출마진영쪽에서 설문기관 이름을 빌어 조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달 초 수성구 상당수 가정에는 모 정당 지구당에서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사전 분위기 조성으로 보이는 정당 선전물이 일제히 배달됐다.

연초부터 각 개인의 전자우편함에는 대선출마후보의 새해인사, 공약·치적 등을 담은 전자메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회사원 이모(35.북구 대현동)씨는 "설 연휴 전후해 각기 다른 정당에서 8,9차례에 걸쳐 대선출마후보를 선전하는 전자메일을 받았다"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선거일 60일 전까지 여론조사는 가능하지만 특정후보.정당에 유리한 답변유도는 불법이며, 전자메일 등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홍보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돼 선거기간을 제외하곤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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