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7)영덕 오십천

입력 2002-02-18 14:08:00

백두대간의 가지인 대둔산(영덕군 지품면 기사리) 골짜기에서 시작, 영덕군의 서 쪽을 휘돌며 달산.지품면 등 여러 마을의 들과 골짝을 지나 45여㎞의 마지막 여정 을 강구항에서 접는 오십천(五十川).

흘러드는 오십군데 계곡물이 합쳐 큰 내가 됐다해서 붙여졌다는 얘기와 함께 도로 가 나기 전 상류 마을과 영덕읍 소재지를 오가려면 오십 계곡 물(쉰내물-오십천) 을 건너야 해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다.

어느 마을, 어느 내나 모두 그 지역의 젖줄이듯 오십천도 영덕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어머니와 같은 강줄기다.

상류에는 깨끗하기로 소문난 옥계계곡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산성계곡이 있고 수달은 물론 꺽지.쏘가리.가재 등 깨끗한 물에만 사는 각종 민물고기 서식지를 품 고 있다.

또 몇년전부터는 중류에 검독수리 수십마리가 날라와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 목격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십천은 영덕뿐 아니라 경북 북동부지역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건강한 허파인 셈이다.

오십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해마다 3~5월이면 강하구를 반짝거리는 눈부심으로 수놓는 은어다.

영덕 사람들은 은어가 없는 오십천은 생각지도 않는다. 영덕군청 환경보호과 김성룡 담당은 "산란기때마다 온 강줄기를 따라 반짝거리며 돌아다니는 은어떼의 모습은 영덕사람이라면 어딜 가도 잊지못하는 풍경"이라고 말한다.

제바닥에 지천으로 깔린 것이기 때문일까? 오십천 은어는 오히려 타 지역에서 더 알아준다. 다른 곳 은어에 비해 배부위가 더 희고 금테가 둘러져 있어 '금테 두 른 것은 오십천 은어 뿐'이라고 할 정도이며 맛 또한 잘 익은 수박 냄새처럼 향 긋하고 깊은 맛이 있어 '은어중의 은어'로 평가받는다.

'오십천 은어'의 유래는 신라 및 고려때도 조정 진상물의 중요 품목으로 기록돼 있고 조선조때는 '영덕 은어'를 수시로 잡아 임금 수라상에 올렸는데 진상을 소 홀히 하였다 하여 현령이 파직되었다는 기록도 여러번 나오고 있다.

국내 은어 산지로 잘 알려진 섬진강이나 밀양강의 은어 낚시꾼들도 오십천 은어 맛이 최고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같은 영덕군내인 송천(영해면)과 도곡천(축산면) 에서도 은어가 잡히긴 하지만 오십천 은어보다는 맛이 덜하고 금테도 선명하지 않다.

영덕군청 해양수산과 안일환씨는 "오십천에는 잔돌이 많고 수온이 낮아 은어가 어릴때부터 돌과 부딪히면서 강하게 자란 탓에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십천 은어'는 3월말~5월쯤 치어가 영덕 앞바다 연안에서 강구항을 따라 오십 천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봄.여름을 지나면서 다 자란 은어는 8월 중순~9월사이 오십천 물흐름을 따라가면서 산란한 뒤 죽고 부화한 치어는 다시 연안으로 돌아가 어느 정도 자란 다음 이듬해 다시 오십천으로 회귀한다.

은어가 가장 많이 잡히 는 강구면 소월리 하수종말처리장 앞 오십천에는 7월이면 은어를 잡기위해 전국에 서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이 은어들이 최근들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원 인은 물론 환경오염이다.

영덕군청은 1999년부터 산란기 전인 7월말에 맞춰 '오십천 은어 축제'를 개최하 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오십천 은어'가 부족해 매년 타 지역에서 은어를 사 가지고 오는 촌극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도 민물고기센터 김진규 계장은 "오십천 은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7, 8년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강구항 오염이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구항을 통해 오르내려 강구항이 '오십천 은어'의 유일 한 관문이지만 각종 선박에서 나오는 폐기름 등 오염물질과 인근 횟집 등 상가에 서 나오는 생활 오.폐수로 항구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은어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라는 것이다.

영덕 군민들은 경북도 민물고기센터가 영덕에 있다가 1998년에 울진 으로 옮긴 것 역시 오십천의 은어 등 각종 민물고기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강구 오십천보존회 이낙천(65)회장은 "하수종말처리장 가동으로 오십천 하류는 많이 깨끗해졌지만 강구항 오염은 여전하다"며 "강구항을 살리지 않고는 은어는 물론 오십천에서 산란하는 연어.숭어.황어.전어 등 물고기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 에 없다"고 말한다.

'오십천 은어'가 갈수록 줄어들자 양식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돼 지난해 남인호(5 5.지품면 신양리)씨가 유일하게 양식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군청은 은어 양식업의 활성화, 은어 가공품 개발 등 지역경제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기도 하다.

또 군청은 2000년부터 오십천에 대해 생태환경 조사를 벌이는 등 나름대로의 오 십천 보호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보 존돼 있을 때 서둘러야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빨리 기억해주길 영덕군민들은 원하 고 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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