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위 업그레이드?

입력 2002-02-18 12:11:00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최근 조직 변화를 단행,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의 16개 지점을 지역본부로 격상시키고 사무소는 지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점장은 본부장으로, 사무소장은 지부장이 됐다.

이밖에도 직원들의 직책을 바꾸거나 한단계(지점 차장→부본부장, 과장→차장, 조사역→과장, 행원→조사역) 올려 부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이같은 변화는 내부 승진이 다른 정부기관이나 금융권에 비해 늦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다는 직원들의 오랜 건의를 수뇌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

자신들의 장(長)이 외부 행사에 나가서 지점장으로 불리는 것보다는 본부장으로 대우받는 것이 훨씬 더 모양새가 낫다는 생각에서다.

중앙은행으로서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당시로서야 한국은행 직원들은 직책이 낮은 것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여 있었다. 산하기관이었던 은행감독원을 통해 은행에 대한 직접 통제가 가능했고 자금 배정에서도 많은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8년4월 금융감독원이 출범하면서 한국은행은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한은이 갖고 있는 통제수단이라고 해봐야 이자의 절반을 직접 부담해서 시중.지방은행에 빌려주는 총액한도대출(C2자금) 정도다.

이 때문에 한은은 은연중 대외의 평가에 상당한 신경을 써 왔다. 직제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도 지점장 또는 직원들이 나서서 명칭을 본부로 불러줄 것을 요청할 정도였다.

금융가에선 '이런 분위기기를 감안한 한은 수뇌부가 직원 사기를 고려, 기존의 보수적 조직 운용 기준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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