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만큼 차트(그래프) 분석이 일반화된 곳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주식투자자들은 주식에 대해 웬만큼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보시절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식경력 7년인 박모(46)씨는 "봉차트, 스토캐스틱, MSCD, 일목균형표, 엘리어트 파동이론 등 온갖 차트 분석기법을 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수익률을 따져보면 주식 완전 초보인 옆집 아줌마보다 나은게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트 분석의 효용성은 증권업계에서 가장 난해하고도 논란이 많은 '화두'가 되고 있다.
▶차트 분석이 열풍의 이유
차트 분석 즉 기술적 분석은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삼고 있다. 거래량과 주가의 움직임을 근거로 각종 보조지표를 산출해 이를 그래프화한 자료가 투자 지표가 된다.
한국증시에서 차트 분석이 선호되고 있는 이유는 투자정보의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고 소수의 내부자들에 의해 선취.독점되고 있는데다 역정보마저 난무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개인들이 차트에 매달리는데는 정보력에 있어 외국인, 기관, '큰손'에 비해 절대 열세이지만 차트 분석에 있어서는 공평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차트 분석의 한계
차트 분석의 맹점으로는 차트가 후행성 지표라는 점이 꼽힌다. 차트는 단지 과거의 주가 흐름 또는 최저, 최고가를 알아보기 위한 참고용 데이터일 뿐이며 차트를 통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차트 무용론자들의 주장이다.
차트 분석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차트를 보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진 탓도 크다. 차트 분석이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에는 이동평균선 하나만 알아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소수가 돈을 벌고 다수가 잃는 주식시장 생리상 '세력'들이 데이트레이더 등 일반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속임형 차트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상승형 차트를 꾸며 놓고 추격매수를 유도한 뒤 물량을 털거나, 추세선을 이탈시켜 투매를 유도해 물량을 저가에 매집한 뒤 급등시키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차트가 안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도 차트 분석은 유용하다"
차트는 미래를 보여주지 않지만 추세를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지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동원증권 대구지점 김봉환 차장은 "차트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전쟁터 같은 주식시장에서 자신을 방어해주는 소총으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차트 분석기법 자체 보다는 차트를 판독해내는 투자자들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주체들의 매집이나 물량 처분 흔적 등 향후 주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판별해내는 방법으로 차트 분석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다는 지적이다.
사이버애널리스트 이선달씨는 "차트 분석이란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에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아 대응하는 것"이라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차트 읽는 기술을 제대로만 익힌다면 주가 흐름의 80% 이상은 판독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기본적 분석(기업의 내재가치)과 기술적 분석 어느 한쪽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며 "일반투자자들이 투자 종목을 정할 때는 '오른손에 재무제표, 왼손에 차트'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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