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 이석희씨 미국서 체포

입력 2002-02-16 00:00:00

97년 대선당시 국세청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조달사건 즉 이른바 '세풍'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돼 미국으로 도피했던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검찰은 법절차에 따라 미국측으로부터 이씨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그동안 중단상태에 있던 세풍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체포됨에 따라 세풍사건의 본질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연관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격돌할 것이 확실시 돼 내주부터 본격화되는 임시국회의 파행운영마저 예상된다.

송정호 법무장관은 16일 오전 열린 민주당과의 고위당정회의에서 이 사실을 보고했다. 송 장관에 따르면 이씨는 한미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우리 사법당국에 신병이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송 장관은 긴급보고를 통해 "미국 사법당국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미시간에서 이씨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이 전했다.

송 장관은 또 "서울지검이 영장을 발부해 미 법무부에 송부, 일정한 법적 절차를 밟아 신병을 인도받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씨가 받고 있는 혐의와 관련, 송 장관은 "166억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하고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챙긴 혐의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씨가 미국에서의 오랜 도피생활 끝에 미 사법당국에 의해 체포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우리 사법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미국측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아 이씨의 혐의를 포함해 세풍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국민앞에 낱낱이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씨 체포사실과 관련,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오히려 불분명했던 부분에 대해 사실대로 밝혀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총재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남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씨의 체포소식과 관련,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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