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트남 등 인근 국가들의 젊은이들은 왜 한국문화에 열광하는 걸까. 단순히 안재욱 김희선장동건 등 몇몇 스타들의 외모 때문에 한류(韓流)가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문화의 어떤 독특한 미의식이 그들에게 호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중희(계명대 미술대학)교수는 '대구미술 제3호'에 기고한 '한류에 담긴 미의식' 논문을 통해 "외국인들이 감성적, 동적, 자연적인 한국의 미의식에 매료됐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사실 한국문화는 조화.균형.세련미 같은 미적 특질이 거의 없는 '반이성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처럼 다양성과 활기가 넘치지도 않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고도의 세련미가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깨끗한 정돈미와 아기자기 한 장식미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교수는 오히려 뭔가 어설프고 설익은 정서를 바탕에 깔고 냉정함 보다는 감정이 앞서고,차분함 보다는 동적인 몸부림이 우선하고 있는 것을 한국문화의 특질로 봤다. 우리가 이러한 미적특질을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거나, 나아가 고쳐가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해왔는데도,거꾸로 외국인들에게는 잘 먹혀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것.
무엇보다 전통미술에서 한국미의 특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분청사기(粉靑沙器),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분청사기는 문벌귀족들의 호화스런 상감청자로부터 민중 전체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으로 방향이 전환된조선 초기에 탄생한 도자기다.
이때문에 청자기나 백자기와는 달리 틀에 박힌 격식이나 세부적 정교함에서 벗어나 있고, 꾸밈없고 자유스런 분방함과 거침없는 활달함이 돋보인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거침없고 자유활달한 필치로 매우 기분적인 묘사가 특징으로 돼 있다. 정선의 정감적.기분적 묘사는 이지적 구성으로 미를 발현시키는 중국화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또 김정희의추사체는 고전적 필법이나 형식적인 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강약의 선들이 자유롭게 조절되고 혼용돼 있는게 특징이다.
이처럼 한국의 미의식에서 보여지는 주요 특징은 자유롭고 활달함, 인위적인 꾸밈을 거부한야취(野趣)성,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강한 힘, 기분적이고 거침없이 외부로 향한 내적 분출 같은 것이다.
이교수는 "자연과의 합일(合一)과 탈속(脫俗)의 경지를 지향했던 성리학의 이념이 자연스레 우리들의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았고, 이것이 한류를 만든 또다른 배경"이라고 결론지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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