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100여일 앞둔 대구의 시민의식이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선수와 관광객에게 대구의 인상을 남겨줄 월드컵경기장은 벌써부터 시설 곳곳이 수난을 당하고, 크고 작은 공원의 시설물은 도난·훼손 몸살을 앓고 있어 이같은 시민의식으로는 국제적 망신을 사기 십상이다.
지난 해 5월 개장한 대구월드컵경기장은 바깥 화장실 2군데에 비치해 놓은 화장지와 그림액자가 도난당하기 일쑤고 경기장내 화장실(103개)중 개방한 4곳 또한 마찬가지다. 또 경기장 주변과 주차장은 평소 차량 운전연습장으로 변해 가로등, 가로수가 훼손을 입는 사례가 잦다.
경기장 외부에 전시한 여자누드청동상을 비롯한 8점의 조각품은 시민들이 잔디밭을 짓밟으며 접근해 손때를 묻히고 칠을 벗겨내 관리사무소가 수시로 전문가의 도움으로 보수를 하다 지난해 말부터는 아예 조각품 주위에 줄을 둘렀다.
월드컵 기간 외국인이 많이 찾을 앞산공원의 경우, 설 연휴인 12일 밤 주차장 화장실 벽에 설치한 핸드드라이기를 도난당해 관리사무소측은 15만원을 들여 새 제품을 구입한 뒤 강력접착제로 발라 놓았다. 이달 초엔 화장실 난방을 위해 설치한 방열기를 통째 뜯어가 새로 구입한 방열기를 나사로 고정시키고 용접까지 했다.
두류공원도 지난달 화장실에 비치해둔 이동식 방열기를 도난당해 관리소가 새 방열기를 아예 벽에 고정시키는 한편 환경미화원을 화장실마다 배치해 도난과 파손을 감독하고 있다.
달성공원은 새벽에 공원내 화분을 훔쳐 나가는 시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동네 공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개장한 달서구 용산동 공룡공원 경우 공룡과 함께 전시한 공룡알 7개 중 2개가 지난 달 12일 누군가 돌로 내리쳐 박살이 났다.
달서구 송현동 도남어린이공원에 설치된 '빨래하는 여인' 동상도 이달 초 개장 한 달만에 누군가 청동으로 된 빨래방망이(30㎝)를 부러뜨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대구가 월드컵 대회를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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