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 40억$ 헐값 아닌가

입력 2002-02-14 14:47:00

외환위기 이후 한국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아온 하이닉스 반도체가 '독자 생존'의 기대를 저버리고 마침내 해외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측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7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매입하고, 잔존 법인에 대해 20% 정도의 지분을 투자하는 대가로 하이닉스가 받는 금액은 40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는 중병을 앓고있는 6대 구조조정 기업 중 새해들어 가장 먼저 돌파구를 찾음으로써 해외 신뢰도 회복은 물론 개혁의 물꼬를 트게됐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과 함께 '반도체 신화'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처사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최종 합의안 승인, MOU체결, 회계 법인 실사, 주총 승인 등 절차가 남아있어 부채탕감이나 신규 자금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렬될 가능성도 있지만 본계약이 성사될 경우 D램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 17%이자 세계 3위인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과 반도체 위탁 가공 사업만 갖는 미니 회사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세계 2위인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1위인 삼성전자(21%)를 훨씬 능가, 마이크론이 D램 업계의 가격 결정권을 쥔 시장 주도자로 부상하게된다.

가뜩이나 반도체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40억달러라면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가격과 비슷해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원칙에 따라 하이닉스는 매각되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한국 수출의 선봉인 반도체 회사를 판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에 앞서 엄청난 국력 손실이다.

게다가 마이크론은 기술력에서 하이닉스를 따라 올 수 없는 상황이라 기술력은 고스란히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생존'의 가능성에 한때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이제 협상의 결과만 지켜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하이닉스 매각은 국가 기간산업을 지키지 못한 정부에 뼈아픈 경종(警鐘)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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