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이모(45.여.수성구 신매동)씨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동네 입시학원의 장사속에 어이가 없었다.
학원측이 수강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가져오라고 했기 때문. 학원에서는 문화상품권.게임CD 등으로 아이를 꾀었다.
이씨는 "내 아이가 학원들의 수강생 확보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며 "아무리 사설학원이라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혀를 찼다.
정부가 사설학원의 설립을 풀어놓은 이후 난립하고 있는 입시학원, 음악·미술·속셈 학원들 가운데 수강생 유치를 놓고 경품공세, 흑색선전, 학교유착 등의 빗나간 운영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같은 비교육적 운영에 대해 교육청은 법적 규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교육 현장이 날로 장사판처럼 얼룩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입시학원은 98년 305곳, 99년 306곳에서 시설기준 완화(면적 230㎡→110)가 취해진 2000년에 401곳으로 급증했으며, 초등학생 보통 교과의 학원 교습 가능 조치가 취해진 지난해에는 다시 497곳으로 불어났다.
이는 3년새 63%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수강생 유치전이 갈수록 치열, 2000년 30곳에서 지난해 48곳으로 늘어난 서구 지역의 한 입시학원(초·중·고 대상) 경우, 올해부터 학원 등록시 친구들 이름과 집 전화번호를 함께 적도록 하면서 친구 하나를 데려올 때 마다 각종 장난감, 게임CD,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인근의 한 입시학원은 이달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 자전거·CD플레이어·킥보드 등을 경품으로 지급했고, 다른 입시학원은 스키장에 무료로 데려간다는 조건으로 1월달 수강생을 모집해 1박2일 일정으로 무주스키리조트에 다녀왔다.
ㄷ대 국문과 졸업 후 5년째 중·고생 입시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모(30·여)씨는 "인근 학원이 우리 학원 수강생들에게 '그 학원 강사들은 모두 고졸 출신이니 학원을 옮기라'는 전화까지 걸며 철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한 신생 입시학원 관계자는 "입시철이 끝난 요즘 규모가 큰 학원들은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은밀하게 로비를 펴 수강생 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사교육이 학교교육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경품 공세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각 학원으로 내려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법률상 제재 근거가 없어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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