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들의 자부심이 파도처럼 출렁대는 축제의 현장 덩케르크(Dunkerque). 해적 선장을 가장 존경하는 억센 어부들이 펼치는 축제의 항구 덩케르크. 파리 북역에 서 테제베(TGV)로 1시간 30분 거리인 이 도시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 사람들이 자숙하며 조신하게 지내고 있는 사순절 기간에 오히려 야단법석의 잔치를 벌인다.
프랑스 북쪽에 있는 항구도시 덩케르크는 특이한 역사적 지리적 배경만큼이나 독 특한 축제문화를 꽃피워온 곳이다. 이 도시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 강대 세력 간의 경계지역이었기 때문에 주인이 수없이 바뀐 곳이다. 그래서 프랑스 고유의 민족 기질이나 생김새와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루이 14세 때인 1662년에 프랑스왕이 덩케르크의 지명을 분석해 보면 Dun은 언덕, Kerque는 교회란 뜻으로 '언덕위에 교회'가 된다. 그러나 지명에서 풍기는 느낌 과는 달리 덩케르크 카니발은 종교적이거나 민속신앙적인 색채가 짙은 다른 지역 의 축제와는 그 기원이 다르다.
이곳은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로 원양어선이 떠나는 중요한 항구도시 였다. 여러달 동안 고향을 등지고 위험한 항해를 떠나는 선원들에게 주민과 선주 들이 큰 잔치를 베풀곤했는데 마침 항해를 떠나는 시기가 마르디그라(사순절 시작 전 화요일)와 엇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니발로 발전한 것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북부지역에 불어닥친 산업혁명 바람으로 번창하던 어업은 사 양길로 접어들었지만 이 항구에 깊게 자리한 뱃사람들의 문화와 전통은 축제에 고 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자랑하는 역사적인 인물도 쟝 바트(Jean Bart)라는 해적 선장 이다. 쟝 바트는 루이 14세 때 활약한 해적이지만 국가를 위해 봉사한 유명한 애 국자이기도 해서 도시 중앙광장에 동상이 세워졌으며 축제가 열리면 가장 많이 부 르는 노래가 이 해적선장의 찬가이다.
축제 행렬 선두의 핵심단체도 단연 '어부들의 패거리'이다. 악단들도 어부의 노란 색 우비를 쓰고 있으며 악대를 뒤따르는 무리들도 비내리는 항구를 상징하는 우산 을 들고 있다.
쟝 피에르 데모르티에 덩케르크시 축제기획관은 "이곳 사람들은 모두가 쟝 바트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뱃사람의 후예답게 한달동안 축제기간은 난장판으로 놀지만 축제가 끝나면 평소 침착하고 성실한 덩케르크 사람으로 되돌 아간다"고 밝혔다.
카니발은 크게 두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어부들의 패거리를 선두로 한 엉망진창 의 거대한 행렬을 지어 도시를 싸돌아다니는 '왁자지껄 과시형'이며, 또다른 하나 는 자기 구역의 카바레에서 밤새도록 춤추고 노는 '속닥 플레이형'이다.
덩케르크 카니발은 공식행렬의 순서와 인원.복장 등도 정해져 있지 않다. 선두단 체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누구나 행렬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행렬과 구경꾼 의 구별도 없다.
어부 패거리 선두에는 프랑스 제정시 군복차림의 지휘자가 인솔하는 우비 입은 악 단이 있고 그 뒤로 우산을 든 우락부락한 덩치들이 행렬을 벌인다. 그 뒤쪽으로는 제각각의 차림새와 천태만상으로 행동하는 수만의 사람들이 줄지어 따른다.
신바람나는 행진곡을 연주하는 악단 뒤에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괴성을 지르 며 서로 밀치는 등 난장판을 이룬다. 체격이 약한 남자나 여성이 끼었다간 큰 봉 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연주와 난장판 행렬을 벌이며 2, 3시간 활보를 하다보면 시청 광장으로 모이게 마련이다. 시청 위에서는 시장과 지역 유지들이 모여 선물을 던 진다. 선물도 뱃사람들의 축제답게 비닐종이에 싼 청어 덩어리이다.
들뜬 군중들은 청어를 안주삼아 연신 맥주를 들이키며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이 것이 카니발의 클라이막스인 셈이다. 덩케르크 카니발에서는 또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 젊은이들의 역할이다.
행렬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것은 각 카니발 단체들이지만 정작 분위기를 이끌고 흥 을 돋우는 것은 젊은이들의 무리이다. 이들이 축제에 온몸으로 참여해 즐거움을 배가시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또 있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어느 술집에 가든지 마음껏 공짜술을 마실 수 있는 권리가 부 여돼 있기 때문이다. 시민 카롤린 망토앙씨는 "눈치 빠른 동양인들도 더러는 이들 그룹에 슬쩍 끼어들어 정신없이 공술을 마시고는 축제의 열기에 흠뻑 취하는 경 우가 있다"고 귀띔한다.
덩케르크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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