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놈이 갑자기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된 과정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요즈음은 학교에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것을 숙제로 내고, 또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문제를 푸는 숙제를 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사주었지만 예상대로 결국 그것은 비싼 게임기로 전락했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디아블로를 모르면 친구들 간에 왕따를 당한다는 말에 일정 시간 허용하기도 했지만, 지나친 몰입에 결국 게임을 금지시켰다. 그랬더니 녀석은 초저녁에 일찍 자고 부모가 잠자리에 들면 그 때부터 일어나 새벽까지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거실로 옮겼더니 녀석은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 깜깜한 데서 밤새워 게임을 하다가 결국 눈이 나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코드를 빼서 숨겨 놓았다가 숙제가 있을 때 잠시 연결해 주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컴퓨터 게임이 갖는 중독성이다. 사이버 공간은 아이들을 유혹하여 정기를 빨아먹는다. PC방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눈을 자세히 살펴 보라. 하나같이 총기가 없는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의 중독성을 막으려면 그것을 대신할 놀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현재는 그것을 대체할 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장래 희망을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프로게이머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야 하는가?
◈게임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
요즈음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소위 '재미위주의 교육'(edutainment)이 정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강조되고 있다. 게임을 이용한 다양한 학습자료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사이버 공간 속의 체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체험이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얼핏 생각하면 사이버 공간 속의 체험은 직접 경험과 같기 때문에 간접경험인 책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과 사이버 체험의 차이점은, 책이 우리의 마음을 내부로 향하도록 한다면 사이버 체험은 외부로 향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가상공간 속의 체험이 어떤 방식으로든 내 마음속에 거꾸로 비춰(廻光反照)지지 않는 한, 그것은 어둑어둑한 숲 속에서 썩은 새끼줄을 뱀으로 여기는 것처럼 '헛것'에 지나지 않는다. 백년 묵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하여 우리의 정기를 빼앗아 가듯이, 자신의 마음을 관(觀)하지 않는 사이버 체험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더 허(虛)하게 만들뿐이다.
◈건강한 놀이문화로 치료해야
우리 조상들은 놀이를 좋은 놀이와 잡된 놀이로 구분하였다. 좋은 놀이는 거문고 타기, 활쏘기, 등산 등과 같이 놀이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깨어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여기'에 전체적으로 몰입하면서도 항상 깨어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놀이이다. 마음이 항상 깨어 있도록 한다는 것은 무슨 행위나 생각을 할 때, 그것을 바로 바로 의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의식이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주시와 자각을 통해 장악하지 못한다. 항상 깨어있음(常惺惺)이란 지켜보는 것이다. 외부로 향한 감정은 그것을 그대로 지켜보면 내부로 향하게 된다. 외부의 사물을 인식한 에너지가 그대로 돌아온다면 나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에너지가 다른 어떤 것으로 옮겨가지 않고 자신으로 향하는 것이 반구저기(反求諸己), 즉 바로 자기인식, 자기 조명인 것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놈은 친구들 생일이면 으레 토요일 저녁 PC방에서 밤을 새고 들어온다. 물론 일요일은 하루종일 낮잠을 잔다. 요즈음은 생일 턱으로 밤샘 PC방을 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신종 마약 산업을 계속 장려할 것인가? 아니면 항상 깨어 있을 수 있는 좋은 놀이를 만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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