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미, 이젠 對話로 가야한다

입력 2002-02-09 00:00:00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입장을 보여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대화의 숨통에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사실상의 선전포고'라며 용수철 반응을 했던 북한도 박길연 유엔대사를 통해 대미(對美) 대화의 사인을 보내고 미국도 이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대북강경파의 선봉인 럼즈펠드 국방도 "우리의 뜻은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량살상 무기를 가진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것"이라고 물러섰다.

'악의 축'이란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 대미정책의 혼선을 빚었던 한국도 김대중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한.미 동맹관계"임을 강조, 남.북.미 3자관계 설정의 판단문제에서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우리는 3자의 속내가 '충돌이 아닌 대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악의 축' 발언의 와중에서 정부가 부시의 대북관(對北觀)을 잘못 짚은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했을때 그의 발언은 군사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전략무기 감축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고, 그것은 성공했다. 부시의 이번 발언도 남.북.미 3자간 '협상'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으려는 강한 의지의 한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부시는 협상테이블에서 한국식의 '퍼주기 햇볕'이 아닌, '기브 앤 테이크'라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걸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점에서 DJ와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설명이 맞다면 남.북 긴장완화와 한.미간 이견해소를 위해 양국의 동맹강화는 필수적이요, 퍼주기식 햇볕정책의 조율은 불가피한 것이라 하겠다.

차제에 우리는 북한이 기왕에 대화에 임하려면 보다 정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나와줄 것을 촉구한다. 늘상 써먹어온 '위협전술' '벼랑끝 전술'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협상도중 이 핑계 저 핑계로 토라지는 판깨기 전략도 속보이는 짓이다. 결국 북한을 도와줄 나라는 남한밖에 없다는 현실을 북한은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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