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하지 못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전경련으로서는 IMF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과거 어느때보다 높아진 데다 구조조정의 측면에서 한푼이라도 아껴야할 처지에 정치권 요구대로 무턱대고 정치자금을 대 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이건희 삼성회장이 노태우 정권 시절 제공한 정치자금 902억원 전액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온 만큼 차제에 '제것 주고 뺨 맞는 식'의 불법 정치 자금을 더 이상 대지 않겠다는 입장인 듯 하다.
지금까지 우리 선거판에는 불법, 음성의 선거자금이 판을 쳤고 공명선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는 금권선거의 타락된 분위기 속에 공염불이 됐던게 사실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정치는 결국 이런 금권선거로 황폐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선거법상 대선 후보의 법정(法定) 선거비용은 고작 310억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난 대선때 5천억원을 썼고 금년 대선에는 1조원이 들 것이니 하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고 또 선거자금의 대부분을 어차피 재계에서 조달해야될 판이니 이러고서야 나랏일이 제대로 돌아 갈 까닭이 없는 것이다.
요컨대 국내외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 활력을 찾으려는 이 시점에 지방선거니 대선이니 하면서 경제외적인 요소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지 않겠다는 전경련 선언은 시의에 적절하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물론 전경련이 이런 발언을 한 배후에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 노동계와 시민단체에 이끌려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속셈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 개별 기업이 이번 선언과는 별개로 정치권과 뒷거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측면들을 감안하더라도 전경련의 이번 선언은 일단 정치정화를 바라는 우리의 기대를 모을만하다. 정치권도 전경련 선언을 계기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자정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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