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 '쓸쓸한 설맞이' 성금모금 저조·위문객도 뜸해…

입력 2002-02-06 15:20:00

불우이웃들이 유례없이 썰렁한 설밑을 맞고 있다. 이는 돕기성금 실적이 저조한 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빠듯한 예산사정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연말에 모은 불우이웃돕기성금 7천956만원을 구·군청에 배분했지만 1인당 1만원꼴의 지원에 그쳤다. 돕기대상이 홀몸노인 7천327명, 소년소녀가장 251명, 노숙자쉼터 생활자 198명, 정신대할머니 9명 등 7천785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홀몸노인은 1만6천여명에 달해 절반이상은 그마저 받지 못했다.서구청 경우 홀몸노인 3천명 가운데 578명에게만 1만원꼴의 쌀떡을 전달할 계획이며, 달서구청은 불우이웃 1천262명에게 공동모금회 성금을 나눠주고, 모자가정 37가구에 7천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누구에게는 설 선물을 안 준다는 말들이 많아 곤혹스럽다"며 "어려운 이웃들을 선정하느라 고심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몸사리기'를 하는 바람에 사회복지시설들이 쓸쓸한 설을 맞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자치단체장이나 간부 공무원들이 양로원, 요양원,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선물이나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고아원·장애인 수용시설 등 법적 보호수용시설 의연금품 제공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한 경로당은 "지난해 추석과 연말에는 구청 공무원들이 찾아와 과일을 전달하고 위로했지만 이번 설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구청에서도 위문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단순한 위문행사가 선거법에 걸릴지도 몰라 사회복지시설을 찾을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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