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준비

입력 2002-02-06 14:00:00

한달이 채 남지않은 초등학교 입학. 과연 우리 아이 입학 준비는 제대로 한 것일까, 학교 생활에는 잘 적응할까… 학부모들은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특히 올해 첫 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라면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바른 취학 준비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 아이는 아직 글을 제대로 못 쓰는데=올해 막내 아들을 입학시킨다는 김모(40.구미시 부평동)씨는 얼굴을 펴지 못했다. 누나 2명은 한글을 완전히 떼고 입학했는데 막내는 겨우 읽을 줄만 안다는 것. "과연 우리 아이가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요.

요즘 초등학교에선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상당수 학부모들이 요즘 초등학교에선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나, 너, 우리'만 가지고 3시간을 수업한다. 그것도 모든 아동들이 한글을 전혀 모른다는 가정 아래 교육을 한다.

교육과정상 문자교육은 초등학교부터다. 유치원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인 셈. 그렇다 해도 두 돌만 지나면 무작정 한글 공부부터 시키는 극성 부모 때문에 요즘 취학 아동 대부분은 한글을 읽고 쓸 줄 안다. 입학 때 한글이라곤 전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동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

조기 교육에 목숨 거는 학부모들의 이런 생각은 맞는 것일까?. 미리 예습했기 때문에 학업 능률이 훨씬 높을 것이고,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학력 차이는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옳은 것일까?

작년에 입학한 권모군의 예를 보자. 권군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느라 일찍 공부를 시키기 못했다. 입학 당시 권군은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입학 후 두달 만에 한글을 떼고 2학기엔 일기장 한 쪽을 빼곡히 채울 정도의 문장력을 갖추게 됐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아동도 짧게는 한두 달, 길면 한 학기만에 읽고 쓰게 됩니다. 취학 전에 억지로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게다가 한글을 떼고 입학한 아동들은 수업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신기함을 못 느끼니 주위가 산만해지는 것은 당연하죠". 대구 대봉초교 엄복순(1학년 부장) 교사의 말이다. 한글을 아는 아동 모두 수업에 산만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녀가 한글을 모른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창의력과 자신감이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받아쓰기도 없어졌다. 글자를 철자법에 맞게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말 또는 글로서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입학 당시에는 글을 읽고 쓰는데 미숙해도 다양한 경험을 한 아동이 학업 성취도가 훨씬 뛰어나다는 게 초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무엇보다 '공부는 재미있고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그날 배운 내용을 아느냐고 묻기보다 '오늘 공부는 즐거웠는지,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 묻는게 좋다. 특히 다른 아동과 비교해서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한 담임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너희 선생님은 왜 이런 걸 다 시키냐?"는 식으로 교사를 비난하면 자녀도 교사를 불신하게 된다. 그렇다고 교사를 무서운 존재로 인식시켜서도 안된다. 선생님이 무서워서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아동도 적잖다. 담임교사는 '친근한 존재', 학교는 '즐거운 곳'임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함께 학교까지 통학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특히 배변 관리는 중요하다. 환경이 바뀌면 배변습관이 불규칙해지기 때문에 아침 식사전에 배변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밖에 귀가 후 손발을 씻는 습관, 질서 지키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등 기본생활 습관의 중요성도 가르쳐야 한다.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하거나 지나치게 어리광을 부리는 경우에는 빨리 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구 남부교육청 김소윤 초등장학사는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는 자립생활을 위한 터전을 닦는 곳"이라며 "일부 부적응 아동도 담임교사와 협조할 경우 보름 정도면 무난히 적응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입학 유예, 줄어드는 조기 입학=회사원 박모(35)씨는 올해 취학적령인 첫 딸을 내년에 입학시키기로 마음먹었다. 2월생이다보니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나이도 한살 적고 몸집도 작아 행여 따돌림을 당할까봐 불안했던 것.

자녀가 글쓰기와 읽기를 떼지 못해 학력이 뒤처질까봐 일부러 입학을 늦추는 부모도 있다. 이처럼 입학을 1년 늦추는 입학유예 신청이 점차 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입학 유예자는 1999년 1천434명, 2000년 1천502명, 2001년 2천27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입학 유예자는 2천500명선에 이를 전망이다.

거꾸로 만 5세인 자녀를 1년 먼저 학교에 보내는 조기 입학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입학 유예와 마찬가지 이유. 물론 조기 입학을 원하다고 해서 모두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별로 학급당 학생수 등을 따져 조기 입학 아동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 또 일단 학교에 간다해도 한달간 적응기간을 거쳐 최종 입학허가가 나야만 정식 입학이 가능하다. 조기 입학자의 경우 대구에선 1999년 191명에서 작년 137명으로 크게 줄었으며, 경북 역시 1998년 485명에서 2000년 408명으로 감소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제나이에 취학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충고한다. 입학을 유예할 경우 또래 친구들이 없어진다는 것. 올해 6학년에 올라가는 정모군의 경우 또래 친구들은 모두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혼자 초교에 남게 됐다. 반 친구들은 한살 어리기 때문에 정군이 함께 어울리기를 꺼리는 형편.

또 자녀의 학습 능력만 믿고 한해 일찍 입학한 경우에도 쉽게 적응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 대구에서 조기 입학을 희망한 인원은 150명이었지만 중도탈락자가 13명이나 됐다.

경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조기취학 아동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급격히 줄고, 입학 유예는 2000년부터 급증하는 추세"라며 "유행에 휩쓸려 입학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가급적 또래에 맞춰 취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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