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인사에 일단 기대한다

입력 2002-02-06 00:00:00

이번에 실시된 검찰인사는 법무부의 발표대로 철저한 문책인사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때 서울지검장이던 김각영 대검차장을 부산고검장으로, 이용호 게이트 2차 수사를 책임졌던 유창종 대검 중수부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낸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검찰 고위직 인사 자체가 전례 없이 20여 일 미뤄진 일이나 서울 지검장 등 소위 빅4를 놓고 벌인 여권과 검찰간의 힘겨루기, 인사결재를 위한 대통령 면담 취소, 이에 따른 검찰총장사퇴설 등이 보여주듯 인사 그 자체가 난산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완전히 만족할 만한 인사는 아니다.

그래도 현실론적 입장에서 보면 여권이 압력을 행사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인사를 이뤄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후속인사에서도 이러한 책임을 지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검찰인사에서 책임을 지는 전통을 세운다는 것은 바로 정치검찰의 오명을 지울 수 있는 첩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검찰을 정상화의 길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많은 소장 검사들의 불만이 바로 "수사를 잘못해도 책임을 지지도 않고 지우지도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정치검찰에서 국민의 검찰로 승화될 수는 없다. 스스로 법을 엄격히 지키는 정신이 필요하다. 현 검찰청법에는 청와대에 파견되거나 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민간인 신분인 법무연수원으로 바꿔 청와대에 파견하고 또 돌아오는 편법을 쓰고 있다. 따라서 김학재 민정수석의 법무연수원장 발령은 법정신을 깬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정치검찰로 남을 것인지는 검찰 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국민은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이명재 검찰총장의 취임사를 기억하고 있다. 일단 첫걸음은 성공적이다. 이명재호에 거는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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