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접근-간

입력 2002-02-05 14:04:00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형벌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는 끔찍한 형벌을 받았다. 매일 독수리가 파먹어도 간이 다시 자라났다고 한다. 간은 반 이상을 잘라내 다른 사람에게 줘도 기능에는 이상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분과 재생능력을 갖고 있다.

◇간에 좋은 음식은 따로 있다?

간에 특별히 좋은 것으로 알려진 특별한 음식물은 없다. 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식사는 비타민을 포함한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정도라야 한다. 지나친 고단백 고열량식은 오히려 비만을 초래하며 지방간으로 인한 긴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규칙적인 적당한 운동은 간의 건강을 지켜준다. 간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간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에 잘 대처해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술을 마시면 간손상이 덜하다?

우리 몸에 흡수된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가 되고 해독된다.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량보다 많은 양을 마시면 간에 손상이 오며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으로 진행된다.

간 손상은 마신 알코올의 양과 관계가 있지 술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비싸고 좋은 양주를 마신다고 해서 간손상이 적게 오는 것이 아니다. 대개 40~80g이상의 알코올을 매일같이 10년 이상 마실 때 알코올성 간질환이 올 수 있다.

체구가 작고 알코올 분해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보통사람보다 더 적은 용량의 알코올을 마셔도 간질환이 생길 수 있다.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환자는 알코올로 인해 병이 빨리 진행되고 나빠질 수 있다.

◇간질환은 치료할 수 없다?

"간질환에 걸리면 일생 동안 낫지 않고 결국 간경화증이나 간암이 발생한다. 특효약도 없는데 어떻게 의사만 믿느냐?"

간질환은 불치병이라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B형 간염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됨에 따라 B형 간염환자의 치료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염증이 해소되고 간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간의 섬유화증(경변증)을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암도 작은 크기에서 발견되면 수술을 하지 않고 최근 개발된 고주파 열 치료술 등으로 완치할 수 있다.

"누가 그 약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간에 특효가 있다고 소문 난 인진쑥은 약효나 부작용이 입증되지 않았다. 인진쑥으로 자가치료를 하다 황달이 생긴다든지 증세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기능 수치만으로 간의 이상을 알 수 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다. 흡수된 영양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창출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이나 영양소로 가공 처리하며 잉여물질을 저장한다. 이러한 중요한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가 간기능수치다.

흔히 간기능 수치라 하면 GOT, GPT를 이야기한다. GOT, GPT는 간세포내에 존재하는 효소인데 간에 손상이 생기면 간세포에서 유출되어 혈중에 수치가 올라간다. 간기능은 이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알부민, 빌리루빈, 알칼라인 포스파타제 수치등과 같은 여러 가지 혈액 검사를 종합하여 간의 기능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알부민이나 프로트롬빈 수치등은 간의 생산능을 반영하며, 황달을 나타내는 빌리루빈 수치는 간의 배설능을 반영하며, 알칼라인 포스파타제 수치는 담즙의 정체나 담도의 폐쇄 등을 반영한다.

간은 여분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손상이 오기전까지는 증상이나 검사에 이상이 없을 수도 있다. 간 수치는 간질환의 진단에 유용하지만 진행된 간질환에서도 정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간 전문의에 의한 병력청취와 해석이 이뤄져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탁원영교수(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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