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市.道로 가는길-(6)산업구조 개편 방향

입력 2002-02-05 14:21:00

지난해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생산액은 10조5천억원. 대구 전체 제조업체 생산액의 75%에 이른다.이만한 공장 하나만 더 있어도 대구 경제 규모는 엄청나게 커진다.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99.6%)이 절대적으로 높다. 상시종업원 300인이상 대기업은 0.4%인 26개에 불과하다. 물론 중소기업만 있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에 비해 경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기술개발, 고용증대 등에서 나을 수 있다.

문제는 경쟁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구 제조업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99년 현재 4천860만원으로 전국 제조업 평균의 61%에 불과하다. 주력업종으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경우 5천579만원으로 전국 평균치의 62% 수준이다.

대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 제조업 통계를 보면 대기업 존재 필요성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업체 수에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0.4%에 불과하지만 생산액은 3조970억원으로 5인이상 광공업업체(5천992개)의 생산액(15조1천800억원)의 20.4%에 이른다. 종사자 수에서도 전체 종업원 12만8천400여명 가운데대기업 근로자 비중은 12%(1만5천400여명)이다. '참깨 열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번 구르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맞아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퇴출된 삼성상용차의 대체 투자를 대구시는 삼성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상용차 퇴출 당시 삼성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현재는 이것도 마무리됐으니 삼성의 대구에 대한 투자는 기업 도의상 명쾌하게 처리하도록 범지역적 차원에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거의 절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이주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 무상 지원, 세제혜택 등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는 것처럼 지역도 이런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는 지난 2000년 특혜 시비를 무릅쓰고 성서공단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12개 입주업체들에게 분양가를 기존 업체에 공급한 가격의 절반에 제공했다. 현재 가동 초기 단계인 이들 업체들이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2, 3년 후에는 지역 제조업체 총생산의 5%를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경제의 틀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전국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정부당국의 지원만 뒷받침되면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섬유, 공작기계, 티타늄 소재산업, 안경테, 의료기기 등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지도(Technology Map)가 필요하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상품은 모든 분야의 기술이 망라된 종합기술의 결정체이다. 기술지도를 작성,기술간의 연계성을 보며 취약기술을 집중적으로 개선해나갈 때 산업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기술지도의 중요성을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각 '5대중점육성산업'과 '5T산업'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위한 산업구조개편을단행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들 두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계획이 모양만 거창할 뿐 실속이 없다는 점이다. 대구시 산업진흥계획을분석한 장지상 경북대교수는 "어떤 근거에서 기본 방향이 도출됐는지, 5대 전략산업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이 모호하고 중.장기적 비전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내세울만한 브랜드가 없다는 것도 지역 경제 구조의 큰 맹점이다. 지역 주력산업이라는 섬유의 경우 2, 3곳이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지만 지역에서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브랜드를 키우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대구는 '쉬메릭', 경북은 '실라리안'이라는 공동 상표가 있긴 하지만 중저가 브랜드란 인식이 강하다. 상품에 대한 홍보가제대로 안돼 있으며 전국화 조차 아직 걸음마 단계이니 세계시장 진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를 세계적 상표로 키우려는 지방정부의 총력적인 지원과 참가업체들의 절실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브랜드 중요성을실감하는 일화 한토막. 지역 모 손수건 생산업체가 2천원짜리 손수건을 만들어 백화점에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다가 유명상표를로열티를 주고 들여와 똑같은 제품에 붙인 뒤 1만원에 내놓자 불티나게 팔리더란다.

자동차부품도 마찬가지. 거의 완성차업체의 협력업체로 OEM생산만 하는 수준이다.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다는 것은 자동차 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 타개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소도 필요하다.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싱크탱크가 있어야 하는데 대구에는 정책 및 연구기능을 수행할 곳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은 대안 제시가 역부족이다. 연구인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민간연구소는 아예 없다.

따라서 기업 유치 못지 않게 재벌그룹의 경제연구소를 지역으로 유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지적도 나온다. 섬유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가 지역에 있어 업체들의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정보 확보 등에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는 점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임경호 대구상의 조사부장은 지역 산업구조 개편과 관련, 전시컨벤션산업과 관광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사통팔달로 연결돼 있는 고속도로망과 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엮어 각종 이벤트를 전개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팔공산과 경주, 안동, 해인사를 비롯한 경남 북부 지역을 잇는 관광단지를 벨트화 할 경우 관광산업도 제조업못지 않은 효자업종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숙박, 음식, 오락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가칭 차이나타운)을 지역에 건설하자는 안까지 제시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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