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은 어제 미군이 한국전쟁 때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여러 곳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내용에 영국인들도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런던 이장석 특파원입니다".
지난 2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는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참혹한 학살사건을 영국 BBC 방송이고발 프로그램으로 50분 동안 다룬 내용을 50컷에 가까운 화면과 함께 내보내 영국은 물론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전원 사살하라'(KILL 줁EM ALL)는 제목으로 내 보낸 BBC의 이 고발 프로그램은 학살이 "피난민들을 전원 사살하라"는 미군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자행된 것이어서 우발적 사고가 아닌 반인도주의적 학살임을 분명히 했다.BBC가 이용한 자료는 대부분 미국 국방부 문서와 학살 가담 병사들의 증언이어서 미국이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은 이날 BBC를 인용한 MBC 보도를 보면서 이 시점에서 미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미국의 '세계무역센터'에 가해진 테러와 이에 맞선 반테러를 익히 봐왔던 시청자들. 견제세력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강대국 미국.
테러리스트 편인지 아닌지 태도를 밝히라고 세계를 향해 일갈했던 미국.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북한을 '악의 축'으로 거듭 규정했을 때 시청자들은 솔직히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번엔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고말 것인가" 하고 말이다.
기자는 "한국 국방부는 미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61건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은 지난해단 한 건만 시인했다"고 전했다. 국제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학살을 인정하고서도 진실한 사과는 피한채 "그래서어쩌란 말이냐"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노근리 사건이다. 그런 미국이 BBC가 보도한 숱한 한국인 피난민 학살에 대해 쉽게 "우리가 그랬소"라고 시인할까?
흥분도, 체념도 학살사건을 규명하는 데는 금물. 차분한 공분(公憤)으로 학살의 비인도성을 공론화 하는 삽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TBC TV가 미국군함이 포항지역 피난민 행렬에 포격을 가해 수백명이 숨진 사건의 피해자,목격자들을 화면에 담아 우리지역의 피해상황을 짧게나마 전한 것은 한 예.
왜 죽어야 했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 희생자들과 부상자,유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는 사건규명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언론의 역할도 크다. 한국인 피난민 학살의 진실을 추적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BBC의 탐사보도 태도는 그대로 한국언론의 귀감이다.
미디어모니터회 여은경
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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