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등 무기장 영세사업자도 '비용서류'있어야 세금혜택

입력 2002-02-04 00:00:00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2)씨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들을 최근 정식 직원으로 모두 전환하고 일을 도와주던 부인도 직원으로 등재했다. 이들에게 지출되는 월급명세서는 물론 재료비 영수증도 챙기기 시작했다.

박씨가 이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장부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소규모 '무기장 사업자'에 대해 적용되던 '표준소득률' 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된데 따른 세금 추가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표준소득률 제도 적용 대상사업자인 박씨는 그동안 수입금액에 표준소득률을 곱해 소득세를 신고하면 되는 등 세제 혜택을 받아 왔다. 그러나 국세청이 표준소득률 제도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기준경비율'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앞으로 이같은 혜택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기준경비율 제도란 무기장 사업자도 기장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매출액에서 필요 경비를 공제해 소득금액을 산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표준소득률 제도 아래에서 무기장 사업자들은 자기가 지출한 경비를 입증할 책임이 없었지만, 기준경비율 제도 시행에 따라 주요 경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득세 신고시 비용 지출 사실을 기장해 국세청에 제출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매입비용·임차료·인건비 등 주요경비의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해야한 인정할 계획이지만, 그외 사소한 비용에 대해서는 매출액에 기준경비율을 단순히 곱한 금액으로 인정해 줄 방침이다. 업종마다 적용되는 기준경비율은 오는 3월에 발표된다.

기준경비율 적용 대상자는 연매출 기준으로 △제조업·숙박·음식점업=9천만원 이상 △학원·병원·부동산임대업=6천만원 이상 △농업·어업·임업·부동산매매업=1억5천만원 이상인 무기장 사업자다. 국세청은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를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도표 참조〉. 올해의 경우 기준경비율 대상자가 전국적으로 10만~2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 국세청의 추산이다.

기준경비율 제도는 2002년 1월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오는 5월의 소득세 신고 때는 종전처럼 표준소득률에 따라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소득분 신고기간인 내년 5월에는 기준경비율에 따라 소득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장부를 기장하지 않고 기준경비율로 소득세를 추계 신고할 경우 10%의 가산세가 부과되는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

또한 종전의 표준소득률 제도 아래에서는 소규모사업자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할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수입금액을 불성실하게 신고한 혐의가 있는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에 대해서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 신고 방식이 이처럼 크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자들의 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전선익 세무사는 "영세 사업자의 경우 그동안 세금 납부에 관한 한 치외법권 지역에 있었던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 과세 제도권 안에 들어서게 됐다"며 "기준경비율 적용 대상자라면 지출 증빙서류를 일단 챙겨 놓아야만 불이익이 없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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