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교배로 환경 적응력이 떨어진 동물을 잡종 교배를 통해 멸종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디에터 엘버트 박사가 이끄는 스위스 과학자들은 핀란드의 외딴섬 웅덩이에 살고 있는 물벼룩에 주목했다. 이곳에 사는 물벼룩은 완전 고립상태여서 그냥 놓아둘 경우 동일집단끼리 교미를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혀 다른 집단의 물벼룩을 인위적으로 이주시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물벼룩과 기존 물벼룩이 교미해 낳은 '잡종'의 환경적응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스위스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잡종들이 기존 물벼룩 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환경 적응력을 보였다. 잡종들은 대를 이어 가면서 더욱 환경에 잘 적응했다. 종종 생물학적으로 더욱 뒤떨어진 개체가 나타났지만 결국 우수한 개체만 살아남아 집단 전체의 환경 적응력은 한단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엘버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근친교배로 후손을 이어갈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 부작용을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 지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호랑이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대부분은 그 개체수가 적고 서로 고립돼 있어 자연상태에서는 근친교배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야생동물과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기존 방법만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거나 개체 수를 늘리기 어렵다. 근친교배로 인해 집단의 환경 적응력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버트 박사팀의 물벼룩 연구결과를 응용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존력을 높이려면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이 교미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은 자연의 법칙이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한 업보로 인해 인간이 그 자연의 역할까지 떠맡아야 하게 된 것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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